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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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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펠로시와 직계가족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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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대화·협력채널도 대거 단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규모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실시한 중국이 5일 펠로시 의장과 그 직계 가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중국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제재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중국은 또 미국과 예정됐던 국방 관련 회담을 취소하고 미국과의 형사사법 공조, 기후변화 협상 등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협상은 미·중 갈등이 심할 때도 양국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꼽아왔는데 이번 중국의 결정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조선일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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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이날 “펠로시 의장이 우리의 엄중한 반대에도 대만을 방문해 우리의 내정에 간섭하고 우리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에 해를 끼쳤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짓밟고 대만해협의 평화 안정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강온 전략을 동시에 펼치며 맞서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 시각) 중국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대만 해협과 역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는 오랜 목표와 상충되는 이런 행동을 규탄한다”며 “동맹국 안보를 수호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필리핀해에 투입한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과 강습상륙함에 당분간 이 지역에 머무르면서 상황을 살피라고 지시했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레이건함과 호위함을 그곳에 좀 더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극한의 군사적 위기감 뒤에선 긴장 완화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공군이 이번 주중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했다”며 “오래전에 계획한 시험 발사지만 대만 주변의 중국 행동을 고려해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캄보디아를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전 세계 많은 국가 어디에도 긴장 고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이 위기를 만들거나 공격적 군사 행동을 늘리려는 구실을 찾으려 하지 않길 희망한다”고 했다. 대만 국방부도 “(대만 상공을 지나간) 탄도미사일은 비행 경로가 대기권 밖이어서 지상에는 위험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중국이 전날 대만 주변 해역에 발사한 둥펑(東風·DF) 계열 탄도미사일 11발 가운데 5발이 자국 경제적배타수역(EEZ)에 낙하했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저장성에서 발사한 1발과 푸젠성의 4발이 오키나와현의 요나구니섬 남부에 낙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NHK는 “중국 탄도미사일이 EEZ 안쪽에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일본은 대만 주변서 훈련하던 중국 무인기 3대가 오키나와섬 주변으로 비행하자,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키기도 했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군사훈련 해역을 여러 곳 지정한 중국이 의도적으로 (일본의 EEZ 해역에 미사일을) 떨어뜨린 것”이라며 “훈련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중국의 훈련이 단순히 대만 봉쇄 연습이 아니라 미국 항공모함의 북상을 막고 일본의 석유 공급 해상로를 차단하는 군사훈련이란 분석도 나왔다. 중국 환구시보는 5일 “인민해방군이 이번에 (미국) 항모 전단 억지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탄도미사일 일부가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이 밀집한 대만의 상공을 통과해 먼바다에서 목표물에 명중했다”고도 했다. 또 일본 EEZ 내 미사일 낙하는 일본 열도에서 동중국해·남중국해를 지나 페르시아만까지 이어지는 석유 공급로 1만2000㎞를 차단할 수 있다는 위협이기도 하다. 중국은 그동안 대함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필리핀을 잇는 제1 도련선(島鏈線·열도선) 안으로 미군 항모 전단의 접근을 막는 ‘반접근·지역거부(A2AD·Anti-Access Area Denial)’ 전략을 발전시켜왔는데, 이번에 이를 구체화한 훈련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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