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알카에다 수장 은신처, 카불에 있는지 몰랐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공습으로 제거했다는 미국의 발표와 관련, 그의 카불 체류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4일(현지 시각) CNN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는 알자와히리의 카불 도착과 체류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9·11 테러의 주범 중 한 명인 알자와히리를 지난달 31일 카불에서 드론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탈레반은 알자와히리가 카불에 있었는지 여부를 몰랐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정부 지도부는 이번 사건의 여러 측면에 대해 정보기관 등에 포괄적이고 엄격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공습 당시 알자와히리가 탈레반 고위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의 보좌관이 소유한 집에 머물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알자와히리가 은신했던 저택은 과거 아프간 정부 관리들이 거주하던 카불 그리존 셰르푸르 구역에 있었다고 CNN은 설명했다.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탈레반이 극단주의 무장조직 근절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탈레반은 2020년 2월 미국과 카타르 도하에서 맺은 평화협정에서 아프간이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반면 무자히드 대변인은 외부 세력의 도하협정 위반이 중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고 모든 국제 규범을 위반한 점을 거듭 규탄한다”고 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간을 통치했다.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다. 이후 세력을 재정비해 다시 확장했고, 지난해 8월에는 아프간을 재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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