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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가디언 “아프간 여학생들, 사실상 대학 진학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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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대변인 “고교 졸업생이 없으면 대학에 여성 신입생도 없게 된다”

조선일보

지난 6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가옥에서 소녀가 혼자 책을 읽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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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재집권 후 1주년을 맞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여학생들이 사실상 대학 진학 금지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여학생들이 고교 재학은 물론이고 대입 자격고사까지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탈레반 정부가 “곧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는 겉으로는 여학생 교육을 금지하지 않는 입장을 내고 있다. 마울라위 아흐메드 타치 탈레반 고등교육부 대변인은 “고교 졸업생이 없으면 대학에 여성 신입생도 없게 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것(여학생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학생 교육을 금지하는 것은 일시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정책을 입안해 (여학생들에게) 학교를 재개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탈레반 치하에서 여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 사회 분위기상 압박하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당장 고교에 다니고 있는 여학생이 없다. 우리의 고3격인 12학년에 재학하던 여학생들은 모두 자동 졸업처리됐다. 그 이후 대입 자격고사인 ‘칸토르’가 한 번도 치러지지 않았고, 탈레반 집권 후 1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여성 수험생들의 학력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학생들이 독학을 해서 실력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대입을 치를 때 필요한 고교 졸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아프간 현행법상 고교 졸업증명서가 없으면 대입에 응시할 수 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비밀 야학을 운영해 여학생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지만,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 때문에 교사와 학생, 행정직원까지 모두 여성으로 간신히 꾸린데다 재정지원도 전무한 상황이라 어렵다고 신문은 전했다. 극소수의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여학생들이 대입에 마음놓고 지원할 수 있게 되더라도, 탈레반 정부 당국은 이들을 보건이나 교육 분야 전공에 한정해 지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신문은 탈레반 지휘부에 연이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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