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놓고 열강 외교전 재점화
지난달 29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만난 아미르 칸 무타키(왼쪽) 탈레반 임시정부 외교장관 대행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탈레반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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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놓고 열강들의 세력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카드를 내걸고 탈레반을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 공세를 펼치자, 미국도 이에 대응해 탈레반과 동결 자금 해제를 논의하며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6~27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는 우즈벡 정부 주최로 아프가니스탄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중국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직접 참석했고, 탈레반 미승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도 토머스 웨스트 국무부 아프간 특별대표와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 정보 담당 차관 등 고위 관계자를 보냈다. G2(주요 2국)가 탈레반을 상대로 외교전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9일 타슈켄트에서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임시정부 외교장관 대행과 만나 “자연재해와 (서방의) 제재 등 시련을 이겨내려는 임시정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국가 재건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계해서 진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앞서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3월에도 직접 카불을 방문했었다.
탈레반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대다수 서방국가의 영향력 때문에 유엔과 국제 올림픽 위원회 등에는 여전히 붕괴된 옛 친(親)서방 정부가 가입국으로 기재돼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게 탈레반을 외교 파트너로 인정하고 친중 국가 만들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27일 타슈켄트에서 탈레반과 양자 고위급 회동을 갖고 인도적 목적으로 동결된 아프간 정부 자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이 대면 회동을 한 것은 지난 6월 카타르 도하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양측은 현지 주민들의 생활고 타개를 위한 긴급 자금 사용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최근 국무부 산하에 ‘미국·아프간 협의 기구’라는 상설 조직도 출범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아프간 여성 인권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탈레반과의 양자 외교 창구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아프간 접경국인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을 방문했을 때 “탈레반과 관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등 아프간 정세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정학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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