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면세점 모습. [이충우 기자] |
최근 태국으로 여름휴가를 기획하며 선글라스 구매를 고민하던 김유진 씨는 물건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면세점 코너에서 380달러(약 49만7800원)였던 페라가모 선글라스가 백화점에서는 45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해외여행을 할 때면 당연히 면세점이 싸다고 생각하고 물건을 살펴봤는데, 백화점에서 최대 25%까지 할인하면서 5만원 가까이 저렴했다"며 놀라워했다.
엔데믹 분위기에 매출 증대를 기대하던 면세업계가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으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소폭 증가하고 정부가 여행객의 면세한도를 800달러로 올리는 등 면세업계 전반의 장밋빛 분위기에도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을 넘어서며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1200원대의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환율은 4월에는 1250원을 넘어섰고, 6월에는 결국 1300원대를 돌파했다. 환율이 오르면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되면서 달러 기준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면세점에서는 즉각적으로 소비자의 구매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통상 면세점은 세금 감면 혜택이 있지만 최근에는 환율 상승분이 세금 감소분을 넘어섰다. 이에 일부 제품이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거나,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며 면세품 구매를 고민하던 여행객들은 고환율에 따른 가격 상승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실제로 여성 고객들이 자주 찾는 '톰포드 뷰티' 립스틱 상품은 A면세점에서는 이날 기준 51달러(6만681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같은 A회사 온라인몰에서 6만468원에 판매하고 있어 온라인몰이 면세점보다 6340원가량 더 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명품 라인의 경우 예전만큼 큰 할인을 제공하지 못하는 가운데 환율 영향을 곧장 받으니 가격이 온라인몰이나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비싸진 것도 일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향수 등의 상품은 면세점과 백화점 가격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것도 많다"며 "공항에서 면세품을 받는 번거로움을 생각해보면 미리 백화점에서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면세점들은 고환율 상황에서 가격 방어와 함께 국내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내놨다. 롯데면세점은 다음달 28일까지 '환율 보상 이벤트'를 한다. 매장 기준 환율이 1250원을 넘어서면 최대 40만원까지 LDF페이(선불카드 개념)를 지급한다. 신라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유료 멤버십 'SHILLA &(신라앤)'을 도입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과 VIP 고객 혜택을 교차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VIP·블랙등급 회원은 신세계백화점의 VIP클럽 혜택도 제공받는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내국인 전용 멤버십 '클럽 트래블'을 출시하고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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