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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이대호와 ‘원조 괴물’의 공통점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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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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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올스타전에 나선 이대호.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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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화전 이대호(40·롯데)의 마지막 타석은 승패와 상관없었다. 점수는 10-7로 벌어졌다. 그래도 이 타석에 관심이 갔다. 직전 삼성 피렐라의 타율은 0.3396. 이대호는 0.3386이었다.

이대호가 안타를 치면 0.3406으로 타격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전반기 타격 1,2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틀 후 올스타전부터 은퇴투어에 돌입하는 이대호이기에 의미를 둘 수 있었다. 1위인 채 작별 인사를 하는 것과 2위는 차이가 난다. 1리(0.001) 모자라는 2위면 억울하다.

이대호는 전 타석서 삼진 2개(2볼넷)를 당했다. 8회 마지막 타석서도 한화 윤대경의 변화구에 거푸 헛스윙을 했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볼카운트 1-2로 몰렸다. 4구째 슬라이더가 오자 가볍게 밀어 쳐 안타를 만들었다. 타격 1위다운 능란한 테크닉이었다.

이대호는 18일 현재 전체 타격 1위, 최다안타 공동 1위(108개)다. 홈런도 팀 내 토종 타자 가운데 공동 1위(11개)다. 은퇴해야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 번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오히려 애가 단 쪽은 롯데 팬들이다.

여전히 절정인데 왜 지금 은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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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괴물 고교생 에가와 스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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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똑같은 질문을 받은 자이언츠 선수가 있었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가와 스구루였다. 1987년 에가와는 13승 5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나이는 갓 32살이었다.

그가 전격 은퇴를 발표하자 요미우리 팬들 사이에 패닉이 벌어졌다. 팬들은 그의 은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 하필 지금. 에가와는 원조 ‘괴물’로 불린 투수다. 지금은 뛰어난 투수들에게 종종 붙여지는 이 별명의 시조새다.

고교시절 에가와는 노히트노런 9회, 퍼펙트경기 2회, 8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일본 언론은 그를 괴물로 불렀다. 대학 시절엔 무려 17차례 완봉승을 남겼다. 그는 요미우리에 입단하면서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드래프트 파동을 일으켰다.

‘공백의 1일’이라는 허점을 이용해 그는 요미우리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나머지 구단들은 이 계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에가와는 한신과 계약한 다음 요미우리로 트레이드되는 물밑 3각 거래를 통해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3년째 20승(20완투 7완봉) 평균자책점 2.29 탈삼진 221개로 투수 5관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1983년 어깨부상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은퇴 전 해엔 16승(6패) 2.69로 건재했다. 1987년에도 다른 팀의 에이스 성적인 13승을 거두었다. 팬들 사이에 “왜 지금?”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했다.

이대호는 2019년 홈런 16개를 기록했다. 전 해(37개)에 비해 21개나 줄었다. 슬슬 은퇴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팀 성적은 바닥이고 3년 째 타율 3할을 밑돌자 급기야 은퇴를 결심했다.

이대호는 누구보다 우승을 열망한다. 롯데는 18일 현재 6위다. 1위 SSG는 지난 해 6위였다. 롯데라고 내년 우승하지 말라는 법 없다. 딱 한 자리가 부족해 우승을 못하게 된다면 너무 아쉽다. 조선의 4번 타자 자리다. 마침 내년 3월엔 WBC 대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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