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새 얼굴' 라필루스 샨티·블랙스완 스리야 인터뷰
"고국 친구들에 희망 주는 존재 되길"…"인도 젊은 세대에도 K팝 인기"
과거 그룹 내 외국인 멤버들의 출신 국가는 중국·일본·미국·태국 등이 주류를 이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K팝 그룹들의 해외 진출이 날개를 달고, 활동 반경도 동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넓어지면서 이들의 출신 국적도 다변화됐다.
K팝 걸그룹 사상 '필리핀·아르헨티나인 1호'인 라필루스의 샨티와 인도 출신 첫 걸그룹 멤버인 블랙스완의 스리야를 최근 인터뷰했다.
필리핀·아르헨티나 국적의 걸그룹 라필루스 멤버 샨티 |
◇ 라필루스 샨티 "투애니원 보고 K팝 도전…도전하는 용기 보여주고파"
필리핀과 아르헨티나 국적을 가진 샨티는 MLD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선보인 모모랜드의 동생 그룹 라필루스 멤버다. 그는 가요계 대선배 이승철이 보컬 디렉팅에 참여한 데뷔곡 '힛 야!'(HIT YA!) 활동에 여념이 없다.
한 음악 프로그램 리허설을 앞두고 짬을 내 만난 샨티는 "외국인인 내가 K팝 가수를 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며 "스케줄이 힘들기도 하지만 매일 매일을 기대하며 지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필리핀 방송가에서 먼저 활동하다 지금의 소속사와 인연이 닿아 약 9개월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K팝 걸그룹 데뷔의 꿈을 이뤘다.
샨티는 "가장 처음 들은 K팝 노래는 투애니원의 '파이어'(Fire)였다"며 "당시 필리핀에서 투애니원이 너무나 유명해서 어디를 가도 '에에에에에에'하는 '파이어' 노래 가사가 들렸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K팝 가수들이)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함께 하는 게 너무 신기했고, 비트와 멜로디가 좋아서 가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노래를 좋아했다"며 "투애니원 등의 무대를 보며 나도 노래하고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했고, K팝에 도전할 관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후에 관심을 둔 K팝 선배들은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라고 했다.
샨티는 "K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무의 디테일과 맹연습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나라 노래들은 감정의 흐름이 중요하다면, K팝은 이보다 더욱 구조가 촘촘하게 잘 짜여있고 디테일이 살아있다. 몇 년을 연습한다고 해서 어떻게 이같이 표현해내는지 신기할 정도였다"고 짚었다.
이어 "그래서 나도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면서도 꾸준히 노력을 계속했다"며 "방탄소년단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아직 어리지만 나 자신과 세계에 좋은 영감을 불어넣자는 꿈을 갖게 됐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그는 또한 "K팝을 동경해왔기 때문에 라필루스 멤버가 된 것이 무척 영광"이라며 "고국의 친구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존재, '파워 부스터'(Power Booster)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물론 그에게도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바다 건너 홀로 사는 낯선 땅에서 배운 한국어는 아직도 서툰 것이 사실이다.
샨티는 "한국어가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며 "내 생각을 한국어로 설명하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서 '물' 그리고 '추워'라는 말밖에 몰랐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또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나름 문화를 배웠지만 실제로 기회는 이전까지는 없었다"며 "안무 선생님이 진지하게 가르치셔서 나도 나름 심각하게 듣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짝다리를 짚고 있었더니 예의에 어긋난다고 지적받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모님도 내가 필리핀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다가 한국에서 바닥부터 시작한다니 처음에는 무척 걱정하셨다"면서도 "그렇지만 내가 잘 해낼 수 있다고 설득했고, 부모님은 마침내 한국행을 허락하셨다"고 덧붙였다.
"저는 훌륭한 춤꾼도 아니고, 재능이 많은 편도 아니에요. 제가 가진 건 오로지 꿈 하나였죠. 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도전하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인도 출신 블랙스완의 스리야 |
◇ 블랙스완 스리야 "한국 올 때까지도 엄마는 몰랐어요…월드투어가 꿈"
블랙스완의 새 멤버로 최근 합류한 스리야 역시 K팝 걸그룹 역사상 첫 인도 국적 멤버다. 팀의 다음 컴백 겸 자신의 데뷔를 위해 서울 모처의 소속사 DR뮤직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스리야를 만났다.
스리야는 "인도에서도 젊은 세대에게는 K팝이 매우 인기가 있다"며 "지난달 인도에 잠깐 갔을 때 벌써 많은 팬을 만나 (블랙스완 합류를)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그는 K팝의 인기 비결로 "음악이 좋을 뿐만 아니라 가사에 메시지가 있고 젊은이들에게 동기를 유발한다. 희망을 심어 준다"며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가사를 찾아보면 흥미를 끄는 많은 요소가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로 19세인 그는 수년 전 엑소의 히트곡 '으르렁'을 듣고 K팝에 푹 빠졌다. 이후 유튜브 등을 보며 스스로 안무를 따라 해보는 등 꿈을 키워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으로 열린 여러 회사의 오디션에 도전한 끝에 꿈을 이루게 됐다.
첫 인도인 K팝 걸그룹 멤버가 탄생했다는 소식에 스리야는 현지 TV 뉴스 인터뷰를 했을 정도로 유명세도 치렀다.
스리야는 "한국어에 익숙지 않아 이해가 어려웠지만 노래를 들으면 신나고 즐거웠다"며 "K팝을 따라서 춤을 추면서 이것이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힘차게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인도에서 수천㎞ 떨어진 한국에 혈혈단신으로 오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고 했다.
스리야는 "어머니가 나 혼자서는 한국에 보내려 하지 않으셨다"면서도 "아버지는 이것(오디션 합격)이 매우 중요한 기회인 것을 아셨기 때문에 내 꿈을 이루러 가라고 어머니 몰래 허락해 주셨다. 그래서 어머니께는 한국에 입국한 뒤에야 이를 알렸다"고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사촌 언니네 집에 있었는데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언니 침대 위에서 방방 뛰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지난해 12월 입국해 서울에서 약 8개월 지낸 스리야는 어지간한 대화는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가 부쩍 늘었다. 그가 속해 있는 블랙스완은 벨기에, 독일, 브라질 등 세계 각국 출신이 모인 걸그룹이기에 가끔은 직접 카레 요리도 해 준다고 했다.
스리야는 "K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룹으로서 멤버들과 함께 지내며 훌륭한 무대를 꾸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멤버와 함께 지내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항상 즐겁다. 서로를 이해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K팝을 두고서는 "인도 음악은 (현지의) 전통 악기를 많이 사용하는 데 비해 K팝은 (글로벌한) 팝에 가깝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목표로 연말 시상식, 더 나아가 월드투어를 꼽았다.
스리야는 "많은 젊은 세대에게 내 음악으로 영감과 동기를 주는 것이 목표"라며 "연말 시상식과 마마(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같은 큰 무대에 서고 싶다. 가능하면 '그래미 어워즈'도 가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10년 뒤 좋은 아티스트가 돼 많은 팬을 거느리고 월드투어를 돌았으면 좋겠다. 많은 히트곡을 냈으면 한다"며 웃었다.
"블랙스완은 다른 K팝 걸그룹과는 다른 점이 많죠. 멤버마다 국적과 피부색이 다 다르니까요. 이런 독창성이야말로 K팝 팬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니크함이라고 생각합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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