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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만에 부활한 조선 왕조의 마지막 궁중연회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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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만에 부활한 조선 왕조의 마지막 궁중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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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의 마지막 궁중 잔치가 120년 만에 재현된다.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은 12일 덕수궁 정관헌(靜觀軒)에서 제작 발표회를 열고 고종의 51세 생일과 즉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02년 열렸던 궁중 잔치인 ‘임인진연(壬寅進宴)’을 무대에 올린다고 밝혔다. 120년 뒤인 올해가 임인년. 진연은 궁중에서 베푸는 잔치를 뜻한다. 덕수궁은 1902년 임인진연이 거행된 곳이다.

이번 ‘임인진연’ 공연은 8월 12~14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연출은 2006년 이해랑연극상 수상자인 무대미술가 박동우 홍익대 교수가 맡았다. 박 교수는 “창작적 요소를 가미하기보다는 가급적 사료에 바탕해서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궁중 연회의 절차와 의식을 기록한 진연의궤(進宴儀軌)와 임인진연도병(圖屛·그림들로 만든 병풍) 같은 당시 자료가 지금도 남아 있다.

2015년 국립국악원에서 공연한‘고종대례의-대한의 하늘’가운데 궁중 무용 봉래의(鳳來儀). 다음 달‘임인진연’에도 이 봉래의가 포함된다. /국립국악원

2015년 국립국악원에서 공연한‘고종대례의-대한의 하늘’가운데 궁중 무용 봉래의(鳳來儀). 다음 달‘임인진연’에도 이 봉래의가 포함된다. /국립국악원


잔치의 주인공이었던 고종의 시선에서 무대 전체를 볼 수 있게 구성한 점도 특징이다. 국왕의 장수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궁중 무용·음악과 함께 고종에게 일곱 차례 술잔을 올리는 연회를 90분 안팎의 공연 형식으로 선보인다. 박 교수는 “관객들이 앉은 객석이 고종의 용평상(龍平床·임금의 평상)이 되도록 시선을 바꿔서 궁중 예술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 이후 덕수궁 공연이나 해외 투어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는 논쟁의 불씨도 남아 있다. 고종과 대한제국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학계 내부에서도 첨예하게 엇갈리는 쟁점이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은 무능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고종의 근대화 사업을 박멸하려는 일제의 계략에 희생된 것”(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이라는 긍정적 재평가도 있지만, ‘망국 책임론’ 같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종은 왕정을 극복하려는 의식이 부족했다. 대한제국은 매관매직을 일삼았으며 부패로 얼룩져 있었다”(김재호 전남대 교수) 같은 비판이 대표적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임인진연도병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30일 재개장한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상설전시장에서 관계자들이 임인진연도병을 살펴보고 있다. 2022.6.30     scape@yna.co.kr/2022-06-30 15:07:14/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임인진연도병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30일 재개장한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상설전시장에서 관계자들이 임인진연도병을 살펴보고 있다. 2022.6.30 scape@yna.co.kr/2022-06-30 15:07:14/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실제로 진연의궤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1902년 두 차례 치른 잔치에서 대한제국 1년 예산의 9%에 해당하는 비용이 쓰였다. 성대한 기념 잔치로 인한 업무 공백과 막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전가되었고, 이후 근대화를 위한 개혁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국운은 점점 기울어 갔다.”

학계의 평가가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기관인 국립국악원에서 성급하게 한쪽 편을 들어준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영운 원장은 “당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궁중예술이 집약된 소중한 문화유산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 공연을 통해 그 가치를 재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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