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오마이걸과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후 비교적 뒤늦게 성공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그룹 중 하나다. WM엔터테인먼트,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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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시장이 전 세계로 입지를 넓히며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 중인 지금이다. 시장의 확대에 따라 K팝 가수들의 활동 영역도, 그에 따른 인기와 수익도 과거와는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K팝 가수들의 균등한 성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팝스타를 노리는 신인 가수들의 데뷔 러시 속 소위 '성공한 K팝 가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란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 K팝 시장의 경쟁은 '장기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국내 아이돌 시장에서 신인 가수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데뷔 이후 어느정도 스타덤에 오르며 팬덤을 모으느냐가 앞으로의 인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셈이다. 지금에 비해 과거에는 대형 기획사 출신 가수들의 성공이 더욱 확실하게 보장돼 있었고, 역주행 등 인기의 변수가 적었던 것 역시 이같은 상황과 맞닿아있다.
하지만 지금 K팝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에는 첫 힘 만큼이나 '뒷심'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데뷔와 동시에 히트곡을 배출하고 두터운 팬덤과 대중성까지 잡는 '황금 코스'를 밟는 경우야 논외겠지만, 데뷔 이후 곧바로 '톱 아이돌' 그룹 반열에 등극하지 않더라도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그룹 방탄소년단이다. 2013년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으로 출사표를 던졌던 이들은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기 전까진 사실상 동시기에 데뷔한 보이그룹들과 비슷한 경쟁선상에 있는 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후 '아이 니드 유' '불타오르네' '쩔어' '피 땀 눈물' 등 팬덤과 대중성을 함께 잡은 히트곡을 발매하며 입지를 굳히던 이들은 데뷔 4년 만인 2017년 '러브유어셀프 승 '허''로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200' 톱10 및 '핫100'에 동시 진입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팝스타'가 됐다.
비슷한 예로 세븐틴 역시 2015년 데뷔한 이후 5년 만인 지난 2020년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새로운 기점을 맞이했다. (현재까지 이들은 총 6연속 밀리언셀러 기록을 이어오는 중이다.) 또 이듬해에는 데뷔 첫 '빌보드200' 진입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 발매한 정규 4집 '페이스 더 선'으로 자체 최고 기록인 7위를 경신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세븐틴 역시 데뷔 이후 꾸준히 히트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왔던 그룹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일련의 '성공'으로 불리는 고점에 오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 셈이다.
걸그룹의 경우 오마이걸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오마이걸은 지난 2020년 데뷔 5년 만에 전성기를 맞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살짝 설렜어'로 컴백 쇼케이스와 동시에 데뷔 첫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던 이들은 이후 '돌핀' '던던 댄스' '리얼 러브' 등으로 연타석 히트를 기록하며 대세 걸그룹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엠넷 '퀸덤' 출연과 맞물린 시기적 특수성도 있었지만 이들의 뒷심 발휘에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것은 '꾸준함'이었다. 비슷한 시기 데뷔한 걸그룹들에 비해 전성기가 꽤나 늦게 찾아온 편임에도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색과 콘셉트를 고수하며 다양한 시도와 성장을 거듭해왔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됐다는 평가였다.
최근 K팝 시장, 특히 아이돌 시장에 '수명'이라는 개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만큼 '뒷심'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데뷔와 동시에 두각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치열한 K팝 경쟁 속에선 더없이 반가운 이야기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출발선에서 스타덤에 오르기도 쉽지 않지만, 장기전에서 꾸준함으로 빛을 보기 위해선 더욱 많은 노력과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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