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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재건축 포기합니다"…물가 치솟자 건설사들도 발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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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최근 건설물가 상승률 평년 3배 이상 껑충...건설 연구기관 "무분별한 사업 확장 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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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과 시공사 간 사업비 책정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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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일원개포한신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8월 사업시행인가 완료 후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두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달 GS건설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신청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직전 설명회에서 삼성물산, 롯데건설 등 여러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했으나 본입찰을 앞두고 모두 포기해서다.

급등한 물가와 금리인상 여파로 건설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과거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전'이었던 서울 재건축 시장도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건설물가 상승률이 평년의 3배 이상 급증세를 타며 수익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일감을 따내도 남는 게 없고 오히려 손실이 우려될 정도로 건설관련 물가가 치솟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1년간 건설물가 상승률 9.8%...평년 3배 이상 치솟았다

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투자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평균 9.8%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3분기는 11.8%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건설투자 디플레이터는 외부요인을 제거한 실질 건설물가 상승률을 의미한다. 이 지표는 평년 3% 내외였고 지난 2019~2020년은 1~2%대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투자 디플레이터가 전례없이 급등세를 보인 것은 건설비에 반영되는 인건비와 자잿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연초 촉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물가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산업 전체 비용에서 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7%, 운영비 등 서비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8.2%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1년간 건설투자 디플레이터 상승률 9.8%를 적용하면 인건비 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1년간 건설사 평균 수익이 평균 5.5% 감소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건설산업 영업잉여는 4.2%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최근 대형 건설사 영업이익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건설투자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5%를 초과하면 시공 수익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워진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일감을 확보하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과거 3~4개 대형 건설사들이 경합할 정도의 서울 시내 알짜 사업장마저 외면받게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장도 자재비, 인건비 급증으로 건축비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며 "당분간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지는 참여를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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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단지 건축 현장.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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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까지 무리한 사업 확장 지양해야"…건설 연구기관 '경고음'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건설사들이 무리한 신규 수주를 자제해야 한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물가 상승 속도가 5%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에서 자재 및 비용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최근 건설물가 상승에 따른 충격이 중소, 중견 건설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한시적인 세금 감면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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