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오르내리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환당국은 최근 환율 상승을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현상이라고 보고 적극적인 시장안정조치 대신 속도조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까지는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5원 내린 129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3원 내린 1305원에 장을 시작한 뒤 등락을 반복하다 3거래일 만에 1300원대에서 1290원대로 내려왔다. 전날에는 장 중 1311원까지 치솟으면서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넘어선 데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 시그널 등에 따른 달러화 강세,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유로화 가치 급락, 국내증시 외국 자본 유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002년 12월 이후 약 19년7개월여 만에 처음 107선을 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에너지 수급 우려 등으로 전날 유로화 가치는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의 성장엔진인 독일의 로베르트 하벡 경제장관은 에너지 부족 현상에 따른 독일의 경기침체 진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의 쏠림현상 발생 여부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특정 원/달러 환율 수준을 목표로 두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지난달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4382억8000만달러(약 573조원)로 전월 대비 94억3000만달러 줄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에도 강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경우 1350원까지도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저항선이 없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1350원까지는 무조건 간다고 예상한다"라며 "당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1400원선까지도 오를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며 "원화가 위험통화로 분류되다 보니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큰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0.5%) 금리인상을 한다고 해서 환율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은 물가 관리 차원에서 환율시장을 먼저 안정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위기라든지 유럽 경기 침체가 극심해지거나 전쟁 이슈가 다시 불거지는 등의 상황이 나타나면 상승 압력이 순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며 "한두 달 정도 단기적인 고점으로는 1340~1350원까지 열어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최근 발표된 지표들을 봤을 때 고용측면은 안정적이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아직 미국 경기가 견조해 인플레이션을 먼저 잡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75bp(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라며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봤을 때 유럽의 경기 침체가 더 주목을 받았고 유로화의 상대적 약세가 더 거세진 것이 환율 상승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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