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男단식 시너 꺾고 4강 진출
조코비치는 이날 세트스코어 0-2까지 밀리며 한 세트만 더 내주면 탈락하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1세트 초반 게임 스코어 5-0으로 앞서던 조코비치는 무언가에 씌기라도 한 듯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트로크는 너무 길게 떨어졌고, 드롭샷은 네트에 걸리기 일쑤였다. 시너는 영건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과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흔들리는 조코비치를 궁지로 몰아갔다. 서브, 스트로크, 네트 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톱시드 조코비치를 압도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절체절명의 순간, 조코비치는 3세트를 앞두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5분여 후 다시 코트에 선 그의 스트로크에는 멈칫거림이 없었다. 차근차근 한 세트씩 시너를 쫓아갔다. 그리고 5세트에 이르렀을 때 조코비치는 우리가 알던 그로 돌아왔다. 한번 흐름을 탄 그를 멈출 순 없었다. 조코비치는 세트스코어 3대2(5-7 2-6 6-3 6-2 6-2)로 시너를 누르고 자신의 윔블던 2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던 게 전환점이 됐다.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 ‘할 수 있다’ ‘잘해보자’고 격려의 말을 건넨 게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 선수로 뛴 지 2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이 의심과 맞서는 내면의 싸움에서 이겨야 외부에서 벌어지는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센터 코트를 가득 메운 관중은 대역전극의 주인공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쏟아냈다.
조코비치는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스트로크와 흠결 없는 플레이뿐 아니라 어떤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철 멘털’로도 유명하다. 자서전에서 그는 매일 15분가량 명상하는 습관을 길렀더니 경기 중에도 마치 명상하듯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19년 윔블던의 황제 로저 페더러와 5시간 혈투 끝에 승리한 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엔 “경기 전엔 언제나 미리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상상하며 내가 승리하는 모습을 그려본다”며 “항상 상대보다 내가 더 낫다는 믿음을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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