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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외식하기 겁나네” 내 지갑, 엄살 아니다…물가 더 오를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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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물가 7∼8% 상승 가능성도

석유류 40%, 외식값 8% 올라

이달 전기료 등 청구서 오르고

휴가·추석 소비수요까지 겹쳐


한겨레

시민들이 지난 5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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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CJ)그룹의 식품사업 계열사인 씨제이프레시웨이는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식자재 공급과 단체급식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올해 이익 증가를 기대하는 건 코로나19 일상 회복으로 외식 수요가 늘고, 외식 물가가 오를 때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제이프레시웨이 주가는 올해 초보다 30% 이상 상승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식품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 남짓 늘어났다. 급식 가격 인상, 식자재 유통 업황 개선 등에 힘입어서다.

소비자 지갑 사정은 반대다. 고물가 속에 특히 외식물가가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며 이른바 ‘런치 플레이션’(점심 식사와 물가 상승을 합친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올 여름엔 물가 상승률이 지금보다 가파른 7∼8%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초로 6%(전년 동월 대비)를 찍은 건 주로 에너지·식료품·외식가격 상승 때문이다. 소비자가 자주 그리고 많이 구매하는 먹거리와 연료 가격이 급등하며 6월 물가를 4.1%포인트나 밀어올렸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2100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8% 뛰며 30여 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비료·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불어난 생산 비용이 판매 가격으로 전이되고, 외식 수요도 많아진 영향이다. “밖에서 밥 먹기가 겁난다”는 푸념이 엄살이 아닌 셈이다.

문제는 당분간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고물가의 ‘주범’인 국제 유가와 식량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물가 압력은 높다. 당장 이달부터 전기 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5원, 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당 1.11원 인상해 시행 중이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올해 10월에도 동시 인상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휴가철 여행·숙박 수요와 이른 추석(9월10일)을 앞두고 지갑을 여는 소비 수요가 겹쳐 물가 상승 압력을 한층 자극할 수 있다. 물가에 부담이 되는 ‘삼중고’를 겪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올해 7∼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넘어 7∼8%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을 5%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예상치(4.7∼4.8%)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5% 후반대에 달할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한다.

기재부 쪽은 이날 “민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물가 안정 방안을 추가로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 직장인 밥값 지원법(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 등도 물가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수준에 그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 때 풀린 유동성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상향 압력이 상당히 거세고, 전기료 인상의 경우 생산 비용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올해 하반기에 물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고 저소득층 재정 지원, 기업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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