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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백정현을 어찌해야 하나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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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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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8연패를 기록 중인 삼성 선발 백정현.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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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는 던지고 나면 무조건 하루를 쉰다. 그래야 몸을 보전할 수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뛴 선수가 상당 기간 휴식을 갖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틀 후엔 불펜 피칭을 한다.

다음 등판을 위한 워밍업이다. 삼성 선발 투수 백정현(35)은 지난 6월 29일 불펜 피칭을 했다. 바로 전 날 선발 투수였다.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이유는 백정현의 깊은 슬럼프와 관련 있다.

백정현은 이날 포함 12경기서 8패를 기록했다. 승은 하나도 없다. 4일 현재 시즌 8패를 기록 중인 데스파이네(4승 8패 평균자책점 4.50·KT)와 윤대경(3승 8패 7.73·한화)도 0승은 아니다. 유일한 8연패 투수다.

데스파이네는 외국인 투수다. 교체를 검토했으나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 대체 투수가 그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다. 윤대경은 가능성을 보고 키우는 투수다. 7패까지 넓혀 보면 이재학(0승 7패 5.12·NC)이 있다. 역시 NC의 아픈 손가락이다.

한화 남지민은 1승 7패 평균자책점 6.45로 부진하다. 21살의 유망주로 육성이라는 한화의 큰 그림 안에 있다. 백정현은 이도저도 아니다. 스스로도 답답하고, 감독은 더 답답해한다.

허삼영 삼성감독은 경기 전 백정현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았다. 감독의 진단은 간단했다.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본인이 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마냥 지켜보기엔 삼성의 사정이 녹녹치 않다.

삼성은 4일 현재 6위로 샌드위치 신세다. 5위 KIA와는 3.5경기차다. 그나마 KIA가 7연패로 부진한 덕분이다. 7위 롯데와는 승차 없고, 8위 두산이라야 고작 한 경기차다. 위를 넘보기엔 빠듯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틈이 없다. 8연패 투수를 지켜만 볼 상황이 아니다.

백정현에겐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득점권 피안타율(0.322)이 너무 높다. 주자 만루 시엔 0.375로 쑥 올라간다. 2루에 주자가 있으면 4할(0.409)이 넘어선다. 이닝 당 출루를 1.65번이나 허용한다. 그러니 마운드 위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

지난해는 득점권 피안타율이 0.211에 불과했다. 전체 피안타율(0.261)보다 상당히 낮았다. 만루 시엔 아예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았다. 볼넷도 없었고 삼진은 4개나 빼앗아 냈다. 평균자책점(2.63)이 낮았던 이유다.

루상에 주자를 내보내고도 실점하는 경우는 적었다. 덕분에 14승(5패)이나 올릴 수 있었다. 백정현은 올 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16개의 피 홈런을 기록 중이다.

주자 없을 때와 있을 때 똑같이 8개씩 허용했다. 지난해엔 9-6으로 주자 없을 때가 훨씬 많았다. 맞아도 솔로 홈런이었기에 충격이 덜했다. 떡 실신당할 카운트펀치는 얻어맞지 않았다. 그러기에 링 위에 오래 머물 수 있었다.

올해 퀄리티스타트는 12번 등판 가운데 ⅓인 4차례. 지난해는 총 27번 가운데 15차례나 됐다. 백정현은 지난해 반짝했다. FA를 앞두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2021시즌 외에는 10승 이상을 거둔 적 없다.

백정현은 타자를 속이는 유형의 투수다. 뛰어난 구위로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올해 그의 경기를 지켜보면 속임수가 잘 통하지 않는다. 한, 두 차례 선발을 건너뛰고 최충연이나 이상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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