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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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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방어에 썼나"...외환보유액 94억불↓'금융위기 이후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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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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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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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한달 만에 94억달러(약12조원) 넘게 급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남나들자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선 결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2년 6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달러로 전월말(4477억1000만달러)보다 94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4617억6629만달러 이래로 감소세다.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등으로 4개월 동안 234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단기간 이 정도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직전 최고폭으로 감소했던 2008년 11월 금융위기 당시에는 4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해 637억3971만달러가 증발했다.

이같이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화 매도 개입 등을 단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급등이나 급락 등 일정 방향으로 지나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한다. 최근처럼 달러화 가치가 치솟아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할 때는 달러화를 시장에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서는 방식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달러화를 사들인다.

한은이 공개한 '2022년 1분기(1~3월) 외환당국 순거래'에 따르면 올 1분기 외환시장에서 83억1100만달러가 순거래액으로 집계됐다.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83억1000만 달러를 순매도 했다는 뜻이다. 이는 외환당국이 외환 순거래액을 공개하기 시작한 뒤 역대 최대 규모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는 68억85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연준이 올 2분기에 기준금리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만큼 향후 달러 순매도 규모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월평균 원/달러 평균은 1년 전인 지난해 6월 1121.99원에서 지난달 1280.83원으로 올랐다.

지난달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점도 외환보유액 감소 폭을 키운 원인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미국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파운드화 등 다른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105.11로 전월(101.67)보다 3.4% 상승했다.

외환보유액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 국채, 정부기관채 등을 포함하는 유가증권은 3952억7000만달러로 62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미 국채 등을 매도한 영향이다.환율 급등세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하던 미 국채를 매도해 달러 공급을 늘린 것이다. 예치금은 26억4000만달러 줄어든 192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IMF(국제통화기금) SDR(특별인출권)은 145억7000만 달러로 한달 사이 5억1000만달러 줄었다. 금은 47억9000만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지난 5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6억 달러 감소한 4477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으로 전달과 같았다. 중국(81억 달러)과 일본(75억 달러), 스위스(93억 달러), 인도(65억 달러) 등 세계 10위권 국가 중 5곳의 외환 보유액이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와 러시아(-56억 달러), 홍콩(-7억 달러), 싱가포르(-199억 달러)는 감소했다.

다만 외환보유액 감소가 글로벌 강(强)달러로 인한 것인 만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한은측의 입장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긴축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고 국내 리스크 요인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6월 달러 강세폭이 상당히 커지면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며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선 점, 외화 예수금이 감소로 금융기관이 한은에 맡겨 둔 돈도 줄어든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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