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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종이의 집' 김지훈의 재발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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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종이의 집 김지훈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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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김지훈이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캐릭터를 입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지훈은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를 뒤집어엎겠다는 포부다.

김지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극본 류용재·연출 김홍선, 이하 '종이의 집')에서 길거리 싸움꾼 출신 강도단 일원인 덴버 역을 맡았다.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동명의 스페인 작품을 리메이크한 만큼, 이를 출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감이 느껴졌을 터다. 김지훈은 "리메이크가 결정되기 전부터 원작의 팬이었다. 원작이 너무 훌륭한 작품이라 이미 세계적으로 커다란 팬덤을 갖고 있어서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제작 소식만으로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의가 들어왔을 땐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덴버는 제가 그동안 시청자분들께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였다"면서도 "다만 대본을 보기 전부터 걱정됐다. 굉장히 복잡하고 치밀한 구성에 다양한 캐릭터들과 사건들을 각색해야 하면서 동시에 한국적인 정서를 잘 녹여내야 했다. 새로운 설정들이 어떻게 버무려질 수 있을까 우려했다"고 이야기했다.

원작에선 '조폐국을 턴 강도단'이라는 설정만 앞세웠다면,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는 남북 간의 갈등을 또 다른 설정으로 녹여냈다. 김지훈은 "남한, 북한 사람이 나오면서 대립과 갈등이 생기고, 역할도 조금씩 변화하면서 알게 모르게 (원작과) 변화가 있었다"며 "하지만 각색이 매끄럽게 됐고, 원작을 파격적으로 축약해서 원작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긴박함과 속도감을 잘 녹여냈다. 개인적으로 대본을 보고 작가님에게 굉장히 감탄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특히 현재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주목받는 가운데 공개된 '종이의 집' 한국판은 국내외 팬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김지훈은 "사실 글로벌 시청자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기대했다. 생각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오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넷플릭스는 전 세계 동시 오픈이라는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 직접 체감해보니 실제로는 더 크게 느껴진다. 촬영 때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화제성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극 중 김지훈이 연기한 덴버는 길거리 싸움꾼 출신 겸 땅굴 은행털이범 모스크바(이원종)의 아들이다. 강도단 우두머리 교수(유지태)를 비롯해 심리전에 능한 북한 강제수용소 탈옥범 베를린(박해수), 천재 해커 리우(이현우), 사기꾼 겸 위조 전문가 나이로비(장윤주) 등과 달리 연변 출신 해결사 헬싱키(김지훈)-오슬로(이규호) 콤비 등처럼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인물이다.

김지훈은 주로 몸을 쓰는 캐릭터인 덴버를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에 대해 그는 "액션신이 많을 거라고 예상하고 촬영 한참 전부터 복싱, 무에타이 등 실전 격투기를 몸에 미리 체득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액션신이 많진 않았다. 조금 더 많으면 어떨까 하고 기대했다"고 털어놨다.

조각 같은 몸을 만든 또 다른 이유는 극 중 미선(이주빈)과 베드신 때문이다. 김지훈은 "처음엔 감독님이 '그냥 홀딱 다 벗어라. 파격적으로 베드신을 할 거다'라고 하셔서 부족함 없이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과 다이어트를 병행했고, 평소 체지방률을 11~12%로 유지했는데 촬영 동안은 7~8%였다"며 "머리도 장발로 유지했다. 덴버가 움직임이 잦고 싸움도 많아서, 상황에 맞게 조금씩 흐트러지거나 헝클어지는 모습들을 디테일하게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덴버 캐릭터의 또 다른 포인트는 사투리였다. 서울 토박이인 김지훈은 사투리 연기를 위해 두 명의 선생님을 오가며 특훈에 돌입했다. 김지훈은 "시청자분들이 저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를 한 번에 뛰어넘고, 덴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사투리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며 "경상도 사투리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대사마다 억양을 화살표 표시하면서 공부했다. 또, 처음 배웠던 선생님이 표준 사투리를 구사하셔서 거친 사투리를 구사하는 선생님을 찾아가서 총 두 분에게 배웠다"고 회상했다.

동시에 원작 속 덴버(리카르도 다니 라모스) 특유의 뚝뚝 끊기는 시그니처 웃음소리를 살려 몰입도를 높였다. 김지훈은 "원래 원작을 따라가려는 생각은 완전히 지웠다.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달라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대 놓칠 수 없던 건 덴버의 웃음소리였다"고 강조했다.

김지훈은 "덴버 웃음소리가 그 캐릭터의 아이덴티티이자 시그니처 아니냐. 리메이크를 하면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든다고 웃음소리까지 버리면 작품 간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원작 팬들에게 아쉬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원작 덴버를 꼭 가져와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뜻밖의 논란도 있었다. 본편 공개 전 1분 남짓 예고편 속 리우는 조폐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취하며 강도단을 향해 "대기들 타시고"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해커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선수 입장"이라는 대사처럼 진부하다는 평가로 호불호를 유발했다. 이에 김지훈은 직접 작품 공개 직전 자신의 SNS에 "자자 '선수 입장들 하시고' 그런 대사 없으니 안심들 하시고"라며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지훈은 "안타까웠다. 짧은 예고편 속 짧은 한마디로 드라마 전체를 속단하시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사실 저희도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다. 드라마에서 잠깐 흘러가서 크게 주목되지 않았는데 1분도 안 되는 예고편에서 나온 대사가 너무 크게 포장됐다"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기대 반, 우려 반 속 베일을 벗은 '종이의 집'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부분 중 하나는 덴버와 미선의 러브라인이다. 강도단 덴버는 인질인 미선에게 동정심을 갖게 되고, 미선은 자신을 목숨을 살려준 덴버의 모습에 스톡홀름 증후군(인질로 잡힌 사람이 인질범에게 심리적으로 동조하는 증세나 현상)을 느끼게 된다. 원작에서도 큰 인기를 끈 러브라인으로, 한국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김지훈은 "솔직히 정말 예상을 못했다. 극 중 상황이 연애를 할 때는 아니지 않냐"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선과 덴버의 로맨스에 열광해주실 거라 생각 못해서 더 감사하다. 요즘 뜨거운 반응들을 체감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상대 배우 이주빈에 대해 김지훈은 "처음부터 나중에 함께 베드신을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시작했다. 베드신이 있다는 걸 알고 출연을 결정했기 때문에 어떤 고난을 앞두고 있는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전우애가 느껴졌다. 작품 시작 전에 미리 만나서 밥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함께 파이팅을 나눴다"고 털어놨다.

이어 베드신이 언급되자 김지훈은 "정신없이 찍었다. 저도 연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베드신은 처음이었다"며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집중'과 '최선'뿐이었다. 생각보다 촬영이 빨리 끝났고, 차마 다시 모니터를 해보진 못하겠더라.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막상 보니까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김지훈은 하반기에 공개 예정인 '종이의 집' 파트2를 언급하며 "덴버가 훨씬 멋있다. 또, 싹 틔운 사랑이 어떻게 자라나게 될지도 흥미로울 거다. 파트1에서 쌓은 게 절정으로 치닿는다. 몰입도가 굉장히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고 귀띔했다.

'종이의 집'을 통해 또 다른 필모그래피를 채우게 된 김지훈은 "기존에 저를 사랑해주셨던 분들에게는 '배우 김지훈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라며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을 소화할 수 있다는 반응을 얻고 싶었다"며 "예전엔 실장님, 변호사 역할 같이 정제된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들을 많이 뒤집어엎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고백했다.

어느덧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지훈은 스스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김지훈은 "그렇게 오래된 거라 느껴지진 않는데 현장에 나가면 실감하게 된다. 스태프나 감독님이 제 또래거나, 저보다 더 어릴 때도 있다. 배우들 사이에 가면 엄청 선배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와 함께 김지훈은 "연기를 시작한 지 그렇게 오래됐나 싶다. 아직도 엊그제 같다"며 여전한 열정을 자랑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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