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염창희씨 보며 공감...냉장고에 낀 '성에 제거' 장면, 스크리퍼보다 고무망치가 더 효과
김경태 CU SC
제주 내 점포·판매수 1위 CU...현지인들 상온 보관 소주 즐겨, '노지소주존' 따로 만들어
정승현 CU SC
20년전 포켓몬빵 잘 팔리겠나… 폐기 우려하던 점주들 설득, 본사 데이터로 대박 예감했죠
이현정 세븐일레븐 FC
잠실서 BTS 공연했을 때 2시간 동안 800명 손님 몰려... 각국 다양한 ‘아미’들 만났죠
이종찬 세븐일레븐 FC
4캔 5000원 맥주 프로모션 때, 현수막 시안까지 직접 만들어 1000개 발주 물량 완판 달성
"저도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 가거든요. 코로나19로 힘겹게 버티시는 거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세븐일레븐 하시다가 CU 차리시는 점주도 있고, 반대로 GS25에서 세븐으로 건너오시는 점주도 있죠. 프랜차이즈라는 이유로 다른 소상공인보다 (법적)보호가 약한 측면 등 힘겹지만 다들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화제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나의해방일지' 속 염창희(이민기 분)가 그려낸 편의점은 목만 좋으면 대박이 난다. 현실에선 어떨까. 드라마에서 편의점 영업관리직인 염씨는 밤낮 구분없이 몰려오는 점주의 전화를 핑계로 애인과 헤어졌다. 직장 스트레스로 퇴사, 이어진 사업 실패와 자금난에 염씨는 해방을 갈망한다. 현실의 염창희, 편의점 영업관리직 5인에게 편의점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말에서 CU와 GS25 그리고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의 겹친 과거와 엇갈린 미래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정승현 CU SC(10년차), 동작구에서 이찬균 GS25 OFC(10년차), 종로구에서 이종찬 세븐일레븐 FC(7년차), 김경태 CU 제주영업부 SC, 이현정 세븐일레븐 송파구담당 FC를 만났다. SC(Store Consultant), OFC(Operation Field Counselor), FC(Field Consultant) 회사마다 호칭은 다르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드라마 속 염창희와 같다. 각자 10~15개 맡은 편의점을 돌면서 매장상태를 점검하고, 가맹점주에게 매출을 극대화를 위한 상담을 진행한다.
―드라마 속 염창희 업무에 공감한 장면은? "한여름 냉장고 성에 제거는 고급스킬 필요"
정승현 CU SC. 사진=박문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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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균 GS25 OFC=덥고 습한 요즘 같은 날씨엔 OFC라면 누구나 가방에 고무망치가 있을 것에요. '성에 제거' 씬을 보면서 생각했죠. 저 작가는 가족 중에 우리 일(영업관리)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아니면 이렇게 생생할 수는 없어요. 다만, 성에 없애는 데는 스크리퍼보다 고무망치나 소주병이라는 꿀팁을 알려줄 수 없어 안타까웠죠.
이찬균 GS25 OFC. 사진=박문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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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 CU SC=제가 37세인데 직업뿐만 아니라 이민기가 하는 연애, 아버지와의 관계, 직장동료들의 평판 이런게 다 공감이 많이 됐어요. 성에 제거는 쉽게 보여도 스킬이 필요해요. 장비사에서 주는 스크리퍼로는 제거가 어렵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얼음을 부수다 보면, 가스관이 터질 수 있어요. 그럼 그거 수리 맡기는 동안 매출이 줄어드는 거죠. 섬세하지만 열정적으로 부숴야합니다.
이현정 세븐일레븐 FC. 사진=박문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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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세븐일레븐 FC=염창희처럼 애인은 아니지만 고교 동창을 만난 적이 있어요. 편의점 계산대 안에서 동창이 들어오는 걸 보니까 괜히 부끄러워지고 주섬주섬 사원증을 찾고, 그래도 대기업 다닌다고 보여주고 싶었나봐요. 당연히 직업에 귀천은 없고 부끄러울 게 없는데.
―업무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무엇보다 매출이 많이 올렸을 때"
김경태 CU 제주영업부 SC. 사진=박문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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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CU SC=CU가 제주도에서 점포수, 매출수 1위거든요. 그 비결은 현지화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노지소주' 같은 건 제주도 사람들만 찾거든요. 상온에 둔 소주를 찾는 이들을 위해서 노지소주존을 따로 만들어뒀어요. 전반적으로 관광지 상권이니까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상품들도 점주님과 상의해서 적극 전개했죠.
▲정승현 CU SC=포켓몬빵이 뜨기 전에 점주들 중에는 "포켓몬빵은 20년 전에나 유행한 건데 빵은 유통기한도 짧고 다 폐기해야될텐데"하며 망설이는 점주들이 많았어요. 제가 "안팔리면 제가 다 살게요!" 호언장담했죠. 쿠키런빵이 잘 되던 것도 있었고, 본사에서 분석해준 데이터도 있었거든요. 아시다시피 없어서 못팔았어요. 기억하실진 모르겠지만 포켓몬빵 대란 초창기에 CU가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데이터 덕분입니다.
이종찬 세븐일레븐 FC. 사진=박문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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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세븐일레븐 FC='버지미스터'라는 맥주가 있는데 4캔 5000원 프로모션이 걸린 적 있어요. 제가 4000개 발주를 추천했고, 완판됐습니다. 점주들 중에는 "우리는 가격이 아니라 취향으로 고르는 손님이 많다"며 걱정하는 분들도 계셨죠. 고급주택가 상권이지만 팔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고 데이터도 있었습니다. 그냥 팔리진 않았죠. 제가 직접 현수막 시안을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설득하고 뽑아서 게재했어요. 완판했을 땐 점주들은 매출 올려서 좋고, 저는 저대로 실력을 보여드려서 좋고, 본사는 매출이 오르니 당연히 좋았죠. '윈윈윈' 했습니다.
▲이찬균 OFC=상권 중에 중국 교포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 있어요. 한번은 거기서 화이트데이 행사 지원을 했어요. 첫 날 팔아보니까 인형을 많이 찾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50만원어치 발주를 했어요. 바로 완판했습니다. 요령이 익으니까 발주 설득도 쉬워졌어요. 데이터 없이는 설득이 안 되죠. 저희는 매대 1㎝당 매출을 계산해요. OFC 이야기대로 변화를 줬을 때 매출이 오르니까 점주분들이 믿어주시죠.
―염씨처럼 퇴사를 꿈꾸거나 힘겨웠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여의도는 진짜 힘겹죠"
▲이찬균 OFC=편의점 3대 프로모션이 발렌타인·화이트·빼빼로데이에요. 매장 앞에 가판을 세우고 쉴새 없이 팔려나가죠. 매출 올라서 좋긴 한데 힘들어요. 그런데 여의도엔 벚꽃축제, 불꽃축제가 있잖아요. 2번의 대형 이벤트가 더 있는 거죠. 그래도 평창 때에 비하면 한가했습니다.
▲이현정 FC=잠실에 BTS가 공연을 한적이 있어요. 그때 2시간동안 800명 계산을 했죠. 아미(BTS팬)가 정말 다양한 나라에 계시더라고요. FC를 맡기 전에 직영점인 분당서울대병원점에서 점장으로 일했어요. 응급실 바로 옆에 있으니까 손님들이 당황한 채로 오는 경우가 많죠. 저희한테 물으세요. 입원 물품이 머가 필요한지. 빨대 달린 물통이나 귀저귀 같은 거 새벽에 당황하셨을 때 도움을 드리면 뿌듯했죠.
―회사 자랑을 한다면? 세븐일레븐 "와인과 삼각깁밥 자부심" GS25 "혜자롭다의 원조" CU "포근한 분위기"
▲이현정 FC=대내외적으로 세븐일레븐 식품이 약하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어요. 제가 정말 다 먹어봤거든요. '비빔참치마요 삼각김밥'은 자부합니다. 먹어보면 그런 이야기 못할 거에요. 와인도 지금은 편의점에서 와인을 판다는 게 당연하지만 3~4년 전만 해도 개별단가도 높고 보관 전개도 어려워서 점주들도 고객들도 약간은 꺼렸습니다. 그때 회사에서 지역별로 포상금을 걸었어요. 담당하는 매장을 거의 와인숍처럼 꾸몄죠. 지금 세븐일레븐 푸드드림점포처럼 널찍하게 꾸몄는데 그 와인들 다 팔았습니다. 포상금 받아서 팀 워크샵도 다녀왔어요.
▲이종찬 FC=와인 팔려고 와인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저희 채널로 들어오는 것 중에서 애호가들이 찾는 게 있거든요. 와인 카페에서 보고 점주들에게 얘기합니다. 발주해서 매장에 가져다 놓은면 어떨 땐 강원도에서도 그 와인을 사러 오기도 합니다.
▲이찬균 OFC='혜자롭다'는 말이 우리 GS25에서 시작됐거든요. 회사 분위기도 점주와 본사 관계도 '혜자롭다'고 자부합니다. 코로나19로 다들 힘들었잖아요, '요기요'를 시작했는데 어르신 점주들 중에는 모바일 환경이 익숙치 않은 이들이 많았어요. 하나하나 알려드렸습니다. 한 점주가 고맙다며 시골에서 키운 배추로 담근 김치를 싸줬습니다. 대학 시절 알바를 하다가 이 직업을 알게 됐고, 사람 만나는 걸 즐겁게 느껴서 이 일을 선택했어요. 작은 호의들이 쌓이고 많이 들으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점주들과 이야기하면서 세상에 거의 모든 문제들은 들어드리면 해결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렇게 혜자로운 GS25가 돼간다고 믿어요.
▲정승현 SC=CU가 10년 됐잖아요. 사실 훼미리마트에서 CU로 간판을 바꿔다는게 쉬워보이지만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믿어줘서 가능한 것이거든요.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그때 입사해서 CU와 함께 컸습니다. 본사와 점주, SC 간의 신뢰에서 나오는 따뜻함이 있어요. 한 번은 폐점한 곳이긴 한데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속이 상했죠. 개점할 때 매출이 안 나올 걸 알고 시작하시는 분은 없죠. 나올 줄 알았는데 막상 안 나오는 거에요. 폐점은 했지만 다른 곳에 다시 열었어요. 지금은 여러 점포를 갖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거기서 나오는 포근함, 가족 같음이 우리의 자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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