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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물가와 GDP

추경호 “임금 인상 자제를”…고물가 책임 서민에게 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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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만나 주문에 비판 여론 커져

유동성 늘리는 부자감세는 강행

“가처분소득 보전할 장치 마련을”

경향신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서울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손경식 경총 회장과 간담회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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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일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금발 인플레이션’을 앞세운 정부의 ‘임금 인상 자제’ 주문을 두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 인하로 대기업·부유층에 혜택을 몰아주고 ‘유리지갑’ 직장인에게 물가 인상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특히 부자감세는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공공요금까지 오른 고물가 국면에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보전할 사회적 안전장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도 노사 합의 사안에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만나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경쟁적인 가격·임금의 연쇄 인상이 ‘물가·임금 연쇄 상승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적정 수준으로 올릴 것을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소위 잘나가는, 여력이 큰 상위 기업들이 높은 임금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더욱 확대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임금 인상 자제 행보에 대한 국민 여론은 좋지 않다. 법인세·종부세 인하 등 이른바 ‘부자감세’로 대기업·부유층에는 혜택을 주고 물가 인상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운다는 것이다.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기업은 2020년 법인세 신고 법인(83만8000개) 가운데 0.01%인 80여개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감면 대상을 확대한다 해도 감면 효과는 영업이익이 큰 삼성과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에 집중된다. 종부세 인하도 고가·다주택자일수록 혜택이 크다. 예컨대 공시가격 24억7900만원인 2주택자의 감면 혜택은 2934만1000원으로 동일 가격 보유 1주택자의 감면 혜택(441만1000원)보다 7배가량 크다.

대규모 감세는 시중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부유층을 위한 감세로 인플레이션을 가중시켜 놓고 정작 물가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막아 잡겠다는 심산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임금 인상 자제’ 방침을 밝히면서 최저임금을 비롯해 일반 기업의 임금 인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관련 기사에는 “기업 법인세는 줄이고 개인 소득은 오히려 줄이라니 개인을 죽여서 기업주만 살리는 거 아닌가” “부동산 부자에게는 종부세 폐지, 대기업에는 법인세 인하, 노동자에게는 임금 인상 금지. 노동자만 허리띠 졸라매라고 한다” 등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추 부총리의 ‘임금 인상 자제’ 발언과 관련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가 중요하다며 민간 자율을 강조하는 정부가 왜 대기업 노사 문제에 개입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금 인상 자제를 요구하기에 앞서 고물가 시기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을 보전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법인세는 인하하면서 정작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소득세 인하는 없다”며 “노동계를 윽박질러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노사정 합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노동계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은 경제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오히려 사회적 불안정만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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