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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하늘이 만든 타격 1위 이대호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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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타격왕을 노리는 롯데 이대호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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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장면이었다. 이대호(40·롯데)와 피렐라(삼성)는 21일 각각 9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이때까지 타율은 이대호 0.351, 피렐라 0.353. 둘 다 안타를 치지 못하거나 동시에 때리면 피렐라가 타격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대호는 타격 1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무조건 안타를 쳐내야 했다. 그래도 피렐라가 안타를 기록하면 대관식은 최소한 다음날로 미뤄야 했다. 상황도 비슷했다. 롯데, 삼성 두 팀 모두 한 점차로 뒤져 있었다. 먼저 키움과 삼성의 대구 경기. 9회 1사 1루서 피렐라가 친 타구는 아주 잘 맞았다.

그러나 야구의 결과는 야속하게도 과정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여러 번의 경우가 더해지다 보면 결국 같아지지만. 피렐라의 타구는 정상대로면 3루수 옆으로 빠져 외야 파울 라인으로 흘러가는 2루타였다.

그러나 얄궂게도 수비 위치가 그를 울렸다. 4-3으로 한 점 앞서 있던 키움 벤치는 3루수 수비 위치를 라인 쪽으로 옮겼다. 2루타를 막아내기 위한 상용 수단이다. 웬만한 단타에도 1루 주자를 2루에 묶어두게 된다.

2루타 이상 장타를 맞으면 동점이었다. 게다가 역전 위기까지 몰리게 된다. 피렐라의 올 시즌 9회 타율은 무려 0.500. 찬스에도 강하다. 풀카운트 접전 끝에 피렐라가 때린 타구는 맞는 순간엔 안타로 보였다.

그러나 키움 3루수 송성문의 정면이었다. 풀카운트여서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마저 1루서 아웃. 이 타구가 빠졌더라면 승부는 원점, 피렐라는 0.356로 타격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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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2위로 내려온 삼성 호세 피렐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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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KIA와 롯데의 광주 경기. 5-6으로 뒤진 9회초 이대호 타석. 마무리 정해영이 등판했다. 정해영은 직구, 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다. 직구 구사 비율이 월등히 높다. 지난해 투구의 68.4%가 직구였다.

정해영의 직구는 쉽게 때릴 수 있는 구종이 아니다. 고우석(LG)보다 수치로 나타나는 스피드는 느리지만 오히려 더 까다롭다. 정해영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0.198, 고우석은 0.227이다.

초구는 슬라이더로 볼. 볼카운트 1-0에서 정해영은 주무기 직구를 꺼내들었다. 이대호는 올해 마흔살이다. 나이 들면 천하의 이대호라도 반사 신경이 느려진다. 아무래도 직구 공략에 시나브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초구는 인코스로 날아왔다. 몸쪽 공을 피하다 보면 빠른 공에 무의식적으로 움찔하게 된다. 간발의 타이밍이라도 빼앗기면 좋은 타구를 날리기 어렵다. KIA 배터리와 이대호의 수 싸움이 팽팽했다.

2구는 145.4㎞ 직구. 이대호가 툭 밀어 때려 중견수 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한 점 뒤진 9회 선두타자로 나오면 진루가 가장 큰 목표다. 물론 장타면 더 좋겠지만. 이대호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그대로 가볍게 쳐서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안타로 이대호의 타율은 0.353로 올라갔다. 처음으로 피렐라(0.352)를 제치고 타격 1위를 차지했다. 42.195㎞의 장정은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지금의 위치는 당장 한 타석 만에라도 바뀔 수 있다.

그렇더라도 21일 대구와 광주 구장의 9회 두 타자의 희비는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대로 타격왕을 차지하면 최고령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3년 이병규(당시 LG)의 39세. 지난 21일은 마침 이대호의 마흔번째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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