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경매로 매입한 독서당계회도 공개
현전 작품 적은 조선 전기 기년작 "희소가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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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는 조선 중종 연간(1506~1544)에 사가독서(賜暇讀書) 관료 모임을 기념해 제작한 그림이다. 사가독서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젊은 문신에게 휴가를 줘 학문에 전념하게 한 제도다. 세종 재위 기간 집현전 학사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행됐다. 개폐를 거듭하다 규장각 설립과 동시에 폐지됐다.
현전하는 독서당계회도는 세 점. 그중 한 점이 490년을 거슬러 우리 품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3월 미국 경매를 통해 매입한 독서당계회도를 공개한다. 실경산수로 표현된 계회도(契會圖·관료들의 계회 광경을 그린 그림)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다.
크기는 가로 187.2㎝, 세로 72.4㎝다. 비단에 수묵으로 채색됐다. 상단에는 '독서당계회도'라는 제목이 전서체로 쓰여 있다. 중단에는 우뚝 솟은 응봉(매봉산)을 중심으로 한강 변의 두모포(현 성동구 옥수동) 일대가 묘사됐다. 강변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오르면 사가독서 공간으로 쓰인 독서당(讀書堂)이 확인된다. 안개에 가려 지붕만 보인다. 계회는 한강 위에 표현됐다.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흥겹게 뱃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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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에는 참석자 열두 명의 호, 이름, 본관, 생년, 사가독서 시기, 과거 급제 연도, 계회 당시 품계 및 관직 등이 기재돼 있다. 하나같이 20~30대 관료들이다. 그중 주세붕(1495~1554)은 백운동서원을 설립해 서원의 시초를 이룬 청백리(淸白吏·곧고 깨끗한 관리)다. 송인수(1499~1547)는 '규암집'을 저술한 성리학의 대가이며 송순(1493~1582)은 시문에 뛰어났던 관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참석자들의 관직은 그림의 제작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라며 "'중종실록'에 따르면 송인수와 허항(1497~1537)이 각각 1531년과 1532년 새로운 관직에 임명됐는데, 좌목에 이들이 1531년 지낸 관직명이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전 작품이 적은 조선 전기 기년작(紀年作·제작연대 기록이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희소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독서당계회도의 국외 반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소장자는 교토 국립박물관 관장을 역임한 일본인 간다 기이치로였다. 사망 뒤 유족으로부터 입수한 다른 소장자가 경매에 내놓았다고 전해진다.
돌아온 독서당계회도는 다음 달 7일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추후 국립고궁박물관의 연구·전시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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