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팀 분위기를 바꿔 놓은 강백호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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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홈런을 쳐서가 아니다. 강백호(23·KT)가 타석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상대 투수는 잔뜩 경계를 하고, KT 응원석은 후끈 달아오른다. 이런 능력을 지닌 타자는 몇 안 된다.
KT 위즈는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다. 4월 15일 현재 10개 구단 가운데 10위였다. 이후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청진기를 갖다 댔으나 진단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강백호의 결장이었다. 강백호는 3월말 발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꽤 오래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지난해 타율 0.347, 홈런 16개, 102타점을 올린 타자의 공백은 컸다.
6월 3일 현재 KT는 7위였다. 이날 KT는 KIA와 수원 홈경기를 치렀다. KT 중심타선은 2번 김민혁, 3번 황재균, 4번 장성우, 5번 김준태로 짜였다. KT가 5-2로 이겼지만 두려움을 주는 타선은 아니었다.
다음날 분위기가 바뀌었다. 2,,3,,4번은 전날과 같았다. 5번 타자의 이름이 달라졌다. 지명타자 강백호. 이날 강백호는 4타수 무안타였다. 그래도 KT 타선이 주는 무게감은 전과 달랐다.
투수는 상대팀 오더를 볼 때 저마다의 느낌을 갖는다. 딱 보기에 만만한 타선이 있다. 반대로 태산준령을 눈앞에 둔 것처럼 갑갑할 때도 있다. 강백호 한 명이 들어왔을 뿐인데 KT 타선은 확 달라졌다.
지난 19일 잠실 경기. 두산 선발 최원준은 경기 전 상대팀 오더를 보는 순간 답답해졌다. 3번 강백호, 4번 박병호, 5번 알포드. 넘어야할 큰 산이 연이어 앞을 가로막았다. 결국 강백호에게 3회 한 방, 알포드에게 5회 한 방을 얻어맞았다.
3회초 2사 1,,3루서 강백호 타석. 두산 배터리는 좀처럼 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 최원준의 초구 직구를 포수 박세혁이 뒤로 빠트렸다. 투·포수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강백호가 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1-1 동점서 계속된 2사 2루 기회. 강백호가 때린 타구는 딱 소리와 동시에 이미 홈런임을 직감했다. 비거리 130m 대형 아치였다. 강백호는 첫 네 경기서 16타수 무안타였다. 볼넷만 겨우 한 개 얻었다. 그래도 강백호가 있는 타순과 없는 타순은 달랐다.
이후 9경기서 강백호는 33타수 13안타(0.394)의 호조를 보였다. 덩달아 KT의 성적도 쑥쑥 올라갔다. 강백호가 합류한 4일 이후 13경기서 KT는 8승1무4패로 호조다. 팀 성적은 7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이제 4위 LG와는 2.5경기 차다.
한 선수가 분위기를 바꾸어 놓은 경우는 또 있다. NC는 5월 27일 현재 10위였다. 다음날 투수 구창모가 오랜 부상에서 돌아왔다. NC는 6월 10일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날 대구 경기서 구창모가 선발로 나와 3승째를 챙겼다. NC는 지긋지긋한 반지하 월세에서 벗어났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성기를 이끈 나가시마 시게오는 ‘야구장 분위기를 바꿔놓는 선수’로 불렸다. 그가 ‘있고 없고’에 따라 타선의 무게는 달라졌다. 프로 5년차 강백호는 어느덧 그런 선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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