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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이정후가 증명해 보인 MLB 스타일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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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야구에 관한 모든 재능을 지닌 키움 3번타자 이정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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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치로(전 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서 7번이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오로지 수비능력을 따져보고 주는 상이다. 이치로의 송구는 ‘레이저 빔’으로 불렸다. 강한 어깨를 타고 났다.

2001년 4월 12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서 이치로는 레이저 빛 같은 송구를 선보였다. 당시 이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우익수였다. 오클랜드 타자가 우전 안타를 때리자 1루 주자는 3루로 내달렸다.

이치로가 3루수를 향해 레이저 빔을 뿌렸다. 3루에서 태그아웃. 통상 메이저리그선 이런 송구를 ‘더 스로(The Throw)’라고 부른다. 이날 이후 이치로에겐 ‘레이저 빔’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14일 서울 고첨돔. 홈팀 키움이 2-0으로 앞선 6회 초 1사 1,3루 상황. 공격하는 팀이 가장 다양한 루트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두산 3번 타자 양석환이 때린 우중간 타구는 희생플라이로 기록되기에 충분할 만큼 깊숙했다.

누구도 3루 주자의 득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더구나 3루 주자는 꽤 빠른 발을 지닌 허경민. 중견수 이정후(24·키움)가 공을 잡은 순간과 허경민의 발이 3루를 떠난 찰나는 거의 일치했다.

다음 순간 믿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정후가 던진 공은 키움 포수 이지영 앞에서 딱 한 번 튀긴 후 그의 미트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대로 태그아웃. 허경민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한참이나 땅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두산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 사인을 보냈다. 허경민은 하지 말라고 말렸다.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포수의 태그가 빨랐는지, 아님 자신의 발이 먼저 홈플레이트를 쓸고 지나온 지를.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르면 내년 시즌을 마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다. 늦어도 2025년 가을이면 FA자격으로 메이저리그행을 확정짓게 된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서 통할 수 있을까. 공격력 면에선 이미 상당히 높은 점수를 얻어냈다. 이정후는 2017년 입단 이후 5년 연속 3할을 때려냈다. 올 해도 14일 현재 0.326이다.

장타력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최근 3년 눈부시게 달라지고 있다. 2020년 처음으로 홈런 두 자리 수(15개)를 넘어섰다. 지난 해 7개로 주춤했으나 올 시즌엔 벌써 9개째다. 기동력도 5년 연속 도루 두 자리 수를 넘겨 무난히 커트오프를 통과했다.

문제는 오히려 수비다. 외야수 부문은 메이저리그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 이른바 5툴 선수가 아니고선 살아남기 힘들다. 이치로도 5툴 선수였기에 애당초 메이저리그 구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외야 세 자리 가운데는 이른바 코너 외야수(좌, 우익수)보다 중견수 쪽의 점수가 조금 더 높다. 굳이 세 자리를 분류하면 공격력-좌익수, 수비-중견수, 어깨-우익수다. 잘 때리고 수비 폭 넓고 강견이면 더할 나위없다.

이정후는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발 빠르고, 고교(휘문고) 시절 유격수를 봤을 만큼 어깨도 강하다. 어쩌면 2024시즌엔 메이저리거 이정후를 보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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