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전국노래자랑’ 제작진이 고(故) 송해(본명 송복희)와의 34년을 추억했다.
12일 방송된 KBS1 예능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서는 ‘송해를 기억하며’ 특집으로 꾸려진 가운데, 고인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선후배, 동료 등이 출연해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현숙은 고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언젠가 저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현숙이 시집가는 모습을 보고 가겠다’라고. 그래서 ‘내가 평생 시집 안 가면 영원히 사시겠네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렇게 약속을 잘 지키시던 아빠가 결혼할 때 내 손을 잡아준다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곳은 평안하시냐. 그곳에서 일요일이면 항상 12시부터 ‘전국노래자랑’ 함께하실 것”이라며 “오늘 아침에도 내 휴대폰 사진첩을 뒤적이면서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봤다. 국민 MC로 전 국민 누구에게나 다정하게 대해주시던 아빠와의 순간순간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평생을 그리워하던 어머니와 아드님, 가족들, 아빠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온하길 아빠 딸 현숙이가 진심으로 기도하겠다. 송해 아빠 사랑합니다”라고 전했다.
고인과 30년을 함께한 신재동 악단장은 “긴 세월을 같이 지내오다 보니까 몸짓, 눈빛 등만 봐도 어떠신지 알았다”며 “코로나19 이후 수척해지셨다. 내가 느낀 그분이 아니라서 이러다 큰일 치르면 어떡하나 싶어서 마음의 준비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보를 듣고 나서 너무 멍해지더라. 혼자 화장실 가서 많이 울었다. 노래, 연기, 개그, 진행 많은 걸 가지고 계셔서 박물관 하나가 없어진 듯한 허망함이 들었다”며 고인을 떠나보낸 심정을 고백했다.
설운도는 고인을 기리고자 ‘유랑청춘’을 열창했다. 그는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쏟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인과 절친했던 그는 “한 기둥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이 없었다. 트로트 가수들의 부모나 마찬가지”라며 “빨리 쾌유해서 마이크를 잡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랐는데 이렇게 빨리 소천하실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딴따라’를 추모곡으로 부른 박서진은 “선생님을 방송에서만 뵙고 잘 몰랐는데 녹화장에서 보니까 (촬영을)2시간씩 하시지 않나. 그런데 한 번도 안 앉으시고 서서 진행하셔서 놀랐다. 전날 그 지역에 가셔서 경치를 보시고, 녹화날 출연자 한분 한분에게 먼저 손을 내미시는 걸 보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설운도는 후배들보다 열정적이었던 고인을 치켜세웠다. 그는 “외국 공연을 자주 갔었다. 특히 파라과이가 멀었다. 젊은 저희도 쓰러질 판이었는데 선생님은 교민분들을 챙겨주시더라. 저희가 정말 배울 게 많았다”고 얘기했다.
엄영수는 고인의 겸손한 면모를 언급했다. 그는 “어르신은 본인이 스스로 ‘난 딴따라’라면서 한없이 자기 자신을 낮추신다. 서민들이 놀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청춘으로 만들어줬다. 출연자들을 스타로 만들어주신다”고 밝혔다.
장윤정은 송해의 ‘나팔꽃 인생’으로 무대를 꾸렸다. 노래를 마친 그는 “충격 이상으로 믿기지가 않아서 마음이 힘들었다. 바로 다음날 빈소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면서 이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은 고인의 말로 ‘잘하고 있어’를 꼽았다. 그는 “잘하고 있다고 항상 격려해주셨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가수분들도 ‘나를 제일 예뻐하셨는데’라고 할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셨다”고 했다.
끝으로 신재동 악단장은 “최근 생소한 이야기를 들었다. (송해가)2주 전에 양복을 맞춰달라고 말씀하셔서 살이 빠지셔서 맞추시나 했다. 알고 보니까 후임 MC분들께 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그 재킷을 입고 하시려고 했다더라. 그 옷이 나오는 날 세상을 떠나셨다. 천국에 가셔서 옷 입으시고 멋지게 천년만년 ‘전국노래자랑’ 진행해주셨으면 한다”며 애달픈 진심을 전했다.
한편, 송해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숨졌다. 향년 95세. 생전 34년간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은 고인은 지난 5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이를 포함한 공로를 인정받아 장례는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졌고, 부인 고 석옥이 씨가 영면한 대구 달성군 옥포리 송해공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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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국노래자랑’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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