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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추경호 ‘부자 감세’ 만지작…물가만 자극 ‘악수’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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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물가 안정 효과 기대에 법인세·상속세·종부세 완화 시사

기업 투자·고용 확대 ‘보장’ 못해…유동성만 늘어 서민들 피해 우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선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대기업 법인세·상속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각종 부자감세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경제단체장을 만나 법인세·상속세를 감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재부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22%로 인하하는 법인세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경기 부양을 위한 카드다. 감세 혜택을 받은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슬로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비롯한 경제단체는 법인세를 감면하면 기업 비용이 절감돼 기업의 생산과 공급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렸는데 투자는 오히려 감소했고 고용도 늘지 않았다.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혜택도 크지 않다. 이명박 정부 법인세 인하에 따른 37조2000억원의 감세액 중 28조원가량이 대기업·중견기업에 돌아갔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6일 논평을 내고 “고소득 고자본의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더욱 심화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감세는 물가를 자극하는 악수가 될 수 있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수되어야 할 유동성이 국고로 들어오지 않고 시중에 계속 떠도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2005년 기재부(당시 재정기획부)는 ‘감세논쟁 주요 논점 정리’ 보고서에서 “감세는 정부의 재정 적자와 물가 상승만 야기할 가능성 크다”고 진단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은 물가를 낮추기 위해 대기업 증세를 검토 중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 지출을 줄이고, 총수요가 감소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은 경제주체 모두에 영향을 미치지만 법인세 인상은 많은 수익을 남긴 특정 경제주체로부터 유동성을 ‘핀셋 회수’하는 것이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소득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트위터에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싶은가. 가장 부유한 기업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확실히 만들자”며 대기업 증세 방침을 밝혔다.

종부세, 재산세,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의 감세도 물가잡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감면받은 보유세액만큼 시중에는 유동성이 더 풀린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 높이거나 다른 세목에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감세로 시중에 유동성이 풀린다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며 “법인세 감면이 대규모 고용·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유동성만 자극하는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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