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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양현종 왜 위대한 투수인가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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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부문 통산 3위에 오른 KIA 타이거즈 양현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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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34·KIA)이 5월 31일 통산 152승을 기록했다. 송진우(210승), 정민철(160승)에 이어 역대 다승 공동 3위다. 이강철 KT 감독의 현역 시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동갑내기 김광현(SSG)보다 열 걸음 앞서 있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7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렸다. 2017년엔 20승(6패 3.44) 고지를 밟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양현종은 150㎞ 이상 직구를 던지던 투수였다. 스피드는 전만 못해졌지만 여전히 뛰어나다.

올시즌 5승2패 2.45로 호랑이 굴을 이끌고 있다. 31일 두산과의 잠실경기서 5이닝 4피안타 5실점(3자책)했으나 승을 챙겼다. 올해 3자책점 이상 경기는 총 11차례 등판 가운데 3번뿐이다.

안정감은 양현종의 최대 강점이다. 쉽게 말해 계산이 서는 선수다. 그런 만큼 감독을 편하게 한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 더 강했다. 201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서 두 경기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그 점에서 양현종은 구도 기미야스 소프트뱅크 감독과 묘하게 닮았다. 구도는 양현종과 같은 좌투수였다. 투구 시 오른발을 높이 치켜드는 폼도 비슷하다. 구도는 젊은 시절 빠른 공 투수였으나 30대 중반 이후 기교파로 변신했다. 나이 들수록 원숙한 피칭을 하는 점도 둘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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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 기미야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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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는 통산 224승을 기록했다. 33살까진 133승에 그쳤다. 양현종은 147승. 34살 이후 2010년 47살에 은퇴하기까지 91승을 올렸다. 2004년 41살의 나이에 200승 고지를 밟았다.

구도는 일본시리즈에 강했다. 세이부 라이온즈 시절 1986년과 1987년 2년 연속 일본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양현종은 2017년 한국시리즈 MVP. 구도는 기록보다 팀 승리를 우선하는 투수로 유명했다. 그로 인해 노히트노런을 날린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구도는 1999년 9월 11일 신테쓰전서 8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고 있었다. 다음 타자는 홈런타자 스즈키 다카하시. 포수가 마운드로 걸어와 “불리한 볼카운트(3-1)니 볼넷으로 거른 후 다음 타자를 상대하자”고 제안했다. 그래도 노히트노런의 기회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구도는 거절했다. 루상에 주자가 쌓이면 역전의 빌미를 준다. 홈런을 맞더라도 1점밖에 주지 않는다. 노히트노런보다는 승리가 우선이다. 구도는 빠른 공으로 승부하다 홈런을 허용했으나 끝까지 승리는 챙겼다.

양현종의 야구철학도 확고하다. 양현종은 투심을 던지지 않는다. 공의 변화보다는 스피드 자체로 승부하기를 즐긴다. 그러다 큰 것을 허용하기도 한다. 31일 두산 허경민에게 1회 직구 승부를 하다 홈런을 맞았다. 허경민에게 7개의 투구를 했는데 6개가 직구였다. 허경민에게 직구 홈런을 맞은 후 다음 타자 페르난데스에게 또 초구 직구를 던졌다.

양현종은 5일 KT전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자신과 나란히 152승을 기록 중인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팀이다. 양현종은 “이 감독님 앞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결기를 드러냈다.

구도 기미야스는 강펀치 대신 현란한 콤비네이션으로 변신에 성공해 47살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앞으로도 10년 더 양현종이 마운드에 선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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