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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박병호는 이승엽 넘을 수 있을까?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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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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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살 홈런 선두 KT 박병호.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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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36·KT)가 홈런 부문 단독 선두다. 16일 현재 12개로 2위 한동희(8개·롯데)와 4개 차이다. 박병호의 분발은 예견되지 않던 결과다. 지난겨울 KT가 구형 대포를 수입했을 때만해도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다는 보고서에 9개 구간이 동의했다. 그러나 KT의 결론은 달랐다. 아직 배트 스피드가 살아 있다는 진단이었다. KT의 선택은 옳았다. 박병호는 12개의 홈런 가운데 7개를 빠른 공을 공략해 담장을 넘겼다. 배트 스피드가 따라온다는 증거다.

4월과 5월 사이에 9개 구단의 박병호 상대 볼 배합에 변화가 있었다. 4월 박병호는 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5개 모두 직구를 두들겨 대형 무지개 아치를 그려냈다.

박병호는 4월 3일 삼성전서 파이어볼러 수아레즈의 직구(148㎞)를 왼쪽 담장너머로 훌쩍 날려 보냈다. 이 내용은 수원 구장에 있던 각 구단 전력 분석 요원들에 의해 곧장 8개 구단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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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한일전 역전 결승홈런의 주인공 이승엽. 36살 이후 143개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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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겠지. 박병호는 4월 7일 9회 SSG 김태훈의 직구(137㎞)를 때려 역시 왼쪽 담장위로 사라지게 했다. 우연이 아니었다. 박병호의 배트 스피드가 빠른 공을 이겨내고 있었다.

4월 20일 LG전서 또 한 번 입증됐다. 이번엔 7회 외국인 투수 플럿코의 직구(144㎞)를 잠실구장 외야 펜스 아득히 쏘아 보냈다. 23일엔 NC 원종현(146㎞), 30일엔 키움 하영민(144㎞)의 직구를 때려 홈런을 생산했다.

이젠 확신할 수 있다. 박병호에게 빠른 공을 던져 크게 득 볼 일이 없구나. 박병호는 5월 들어 7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직구는 두 차례 뿐이었다. 5월 7일 두산 이승진의 145㎞, 5월 11일 KIA 이의리의 146㎞ 직구가 희생됐다.

나머지는 체인지업(3일, 롯데 반즈) 슬라이더(5일, 롯데 스파크), 커브(6일, 두산 윤명준) 포크볼(12일, 키움 한승혁)등 다양했다. 투수를 상대하는 박병호의 노림이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다.

박병호는 이승엽과 함께 시즌 50홈런을 넘겨본 유이한 타자다. 이승엽은 1999년(54개)과 2003년(56개) 두 차례 50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2014년(52개)과 2015년(53개) 2년 연속 50고지를 밟았다.

이승엽은 2012년 36살의 나이에 일본 프로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으로 복귀했다. 박병호는 같은 나이에 키움에서 KT로 이적했다. 2011년 LG에서 키움(당시 넥센)행에 이어 두 번째 팀을 옮겼다.

박병호는 옮길 때마다 사고(?)를 쳤다. 2011년엔 홈런 수를 처음 두 자리(13개)로 늘렸다. 이듬해부터 31개-37개-52개로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도 이적 첫해 홈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승엽과 박병호의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하지만 36살 이후로는 비교될 만하다.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서 복귀한 첫 해 21개 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은퇴할 때까지 6년 동안 143개의 아치를 기록했다.

박병호의 36살 페이스는 이승엽보다 오히려 좋다. 은퇴 전까지 143개를 때려내면 통산 470개나 된다. 이승엽의 국내 홈런 신기록(467개)을 경신한다. 박병호가 또 하나의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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