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찰 출신, 99% 득표… 中 통제 강화할 듯
8일 홍콩 행정장관에 선출된 리자차오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자넷 람./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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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이끌 차기 행정장관(행정 수반)에 리자차오(李家超·영문명 존 리·64) 전 홍콩 정무사장(政務司長·총리)이 선출됐다. 단독 입후보한 리자차오는 이날 선거인단 1461명 중 1428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1416표를 얻어 99% 득표율로 당선됐다. ‘베이징 충성파’로 평가되는 그의 당선으로 홍콩에 대한 중국의 직접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자차오는 1977년 홍콩 경찰이 된 후 경무처 부처장, 보안국장 등 치안·안보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반중 시위가 고조된 2019년 보안국장으로 반중(反中) 관련 사건을 담당하고 홍콩 국가보안법 집행을 진두지휘했다. 2020년 미 재무부가 리자차오를 제재 명단에 올리자 중국 당국은 이듬해인 2021년 그를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경찰 출신이 홍콩 행정장관에 선출된 것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처음이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통상 2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해 경쟁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불안하다고 느낀 중국은 지난해 3월 홍콩 선거법을 개정해 행정장관 후보 추천과 선출 권한을 가진 선거인단에 친중 인사 정원을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친중 진영의 지원을 받은 리자차오가 단독으로 입후보했고, 출마 의사를 밝힌 지 한 달 만에 차기 행정장관으로 선출됐다.
리 당선인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홍콩) 내·외부의 위협과 파괴를 막아내고 홍콩 사회의 안정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또 취임 후 주택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고 ‘홍콩기본법 23조 입법’을 적기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콩의 ‘미니 헌법’인 기본법 23조에는 홍콩 정부가 반역, 분리 독립 등을 막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돼 있지만 그간 홍콩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제정이 미뤄졌다. 영국 BBC방송은 “리자차오의 행정장관 임명은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홍콩 매체에 따르면, 리 당선인은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큰아들인 길버트 리는 시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을 거쳐 현재 항셍은행 임원이며 둘째 아들인 재키 리는 사립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홍콩 시민 단체인 사회민주전선은 이날 투표에 앞서 가두시위를 열고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행정장관 간선제는) 홍콩 유권자가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중국 스타일의 완벽한 단일 후보 (독재) 선거였다”고 비판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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