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
얼마전 운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대기 중 후방에서 승용차가 추돌을 했고, 그 충격에 앞차와 또 한번 부딪혔다.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나오니 편도 1차선 도로는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다른 운전자와 동승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보험사를 기다리며 주변 차량들의 통행을 유도했다. 도로는 금방 일상을 회복하는 듯 했다.
[우리가 보는 세상]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경찰이 28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서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코로나19로 배달업이 증가하면서 이륜차 법규 위반 및 교통사고가 증가하자 단속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2021.9.28/뉴스1 |
얼마전 운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대기 중 후방에서 승용차가 추돌을 했고, 그 충격에 앞차와 또 한번 부딪혔다.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나오니 편도 1차선 도로는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다른 운전자와 동승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보험사를 기다리며 주변 차량들의 통행을 유도했다. 도로는 금방 일상을 회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현장을 혼란에 빠트린 것은 한명의 배달 라이더였다. 굉음을 내고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던 그 라이더는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한바탕 쏟아내며 곡예운전으로 차량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건너편 차량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다는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혼잡한 상황에서 질서있게 양보운전을 하던 운전자들은 라이더의 위협에 위축된 듯 다시 엉키기 시작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은 "저런 사람들, 가만 놔두면 큰 사고 난다"며 혀를 찼다.
그동안 경찰은 배달·운송 오토바이 운전자의 난폭운전을 방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 중에는 대부분 소득이 적고 어린 생계형 라이더들이 많다는 온정주의가 작동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업계의 위상도 달라졌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이 주도하는 국내 배달시장은 5년만에 10배가 늘어 25조원 규모가 됐다. 얼마전 어떤 배달 라이더는 하루 60만원, 한달에 1300만원을 번다고 인증하기도 했다. 더이상 이들의 생계를 걱정해 난폭운전에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어졌단 의미다. 원칙대로 하면 문제될 게 없다.
요즘 중견기업 생산시설이나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가중된다. 청년 인력의 유입은 없고 이탈은 늘어서다. 생산시설이나 중소기업보다 택배나 배달 벌이가 더 좋다는게 청년들의 시각이다. 최근 만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이 인력 수급 문제라고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기업이 무작정 임금을 올려주기란 여의치 않다. 임금인상은 곧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까닭에서다. 상당수 중견·중소기업은 노동집약적이다. 중국산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마당에 시장가격을 뛰어넘는 가격인상은 리스크가 크다.
다니던 일터를 뛰쳐나가 라이더가 된 청년 인력은 '더 벌어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배달 건수가 곧 수입으로 직결되는 라이더에게 난폭운전은 달콤한 유혹이다. 빨리 배달하고 또 다른 콜을 잡아야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일부 배달 라이더는 차선위반, 신호위반, 인도주행 등 도로위 무법자가 되길 거부하지 않는다. 의사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배달 라이더의 난폭운전은 사고로 이어진다. 한 지방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암행단속을 늘리고 있음에도 올해 3월까지 이륜차 사고는 전년대비 44.8% 늘었다. 배달 수요가 집중되는 점심·저녁 시간에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시민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오파라치(오토바이 파파라치)' 도입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난폭한 배달 라이더의 수입은 어쩌면 다른 운전자나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환산된 돈인지도 모른다. 이들 때문에 일감을 빼앗긴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선량한 라이더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더이상 두고볼 문제가 아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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