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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라커룸S] '육성 응원' 해? 말아?…애매한 정부 지침에 눈치 보는 관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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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LG 트윈스와 KT wiz의 맞대결이 열린 잠실구장. 전날 정부의 거리두기 해제 발표로 이날 전국 5개 구장에서는 육성 응원이 허용됐습니다. 새로운 방역지침에 따르면 콘서트장의 '떼창'이나 경기장의 육성 응원은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닌 권고 수칙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잠실구장의 풍경은 '육성 응원 금지'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진행 요원의 팻말에는 여전히 '육성 응원 금지'가 적혀 있었고, 함성 대신 박수 소리가 응원석을 메울 뿐이었습니다.

정부의 애매한 지침에 팬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육성 응원'은 처벌 대상이 아닌 '자제 권고' 대상이 됐습니다. 즉, 야구장에서 소리를 질러도 처벌은 하지 않으나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것이 정부의 현재 방침입니다. 소리를 지르면서 침방울이 생성되고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방역 당국의 '육성 응원 자제 권고'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이날 야구장을 찾은 LG 팬 신인애 씨는 "육성 응원을 너무 하고 싶은데 이걸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모르겠다. 헷갈린다"며 "승리가 기울어지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올 거 같은데, 하지 말라고는 안 했으니까 할 거 같다. 사실 2년 동안 못했기 때문에 다시 육성 응원을 하는 게 어색하기도 한데, 그런 상황에서 정부 당국의 애매한 지침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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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LG 구단의 마케팅 담당자는 "어느 정도를 허용하는 건지 명확하지가 않으니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확실하게 허용한다고 하면 육성 응원을 권장하겠는데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육성 응원 자제 권고'라는데 우리가 '팬 여러분 소리 질러!'라고 부추길 순 없지 않은가. 거리두기 시절 수준으로 응원을 펼쳐야 할 거 같다. 정부도 KBO도 빨리 명확한 지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육성 응원'은 KBO리그 흥행의 핵심 요소입니다.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흥겨운 음악에 맞춰 팀과 선수를 목청껏 응원하는 모습은 KBO리그 특유의 볼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 시즌 SSG에서 뛰고 있는 빅리거 출신 이반 노바도 "미국에서는 관중이 많아도 육성 응원은 안 하고, 휴대폰을 보다 중요한 순간 박수만 치고 끝난다"며 "한국 팬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몰라도 열정적인 모습이 와닿는다. 팀에 도움이 되고, 경기에 도움이 된다"며 육성 응원의 매력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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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어제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사무실에서 문체부 관계자를 만나 '육성 응원'과 관련해 좀 더 명확한 지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추락하는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육성 응원' 허용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코로나19 전파 감염 위험이 낮은 실외 경기장에서 정부가 취식을 허용한 만큼 '육성 응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KBO 관계자는 "문체부 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빠른 시일 내 허용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문체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한다 해도, 방역 당국에서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거리두기 해제 후 2주간의 유행 상황을 지켜본 후 실외 마스크 해제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입니다. '육성 응원'도 2주 뒤 유행 상황과 연동해 허용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의 애매한 지침에 관중석은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유병민 기자(yuball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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