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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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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이 BTS 軍 면제 반대… 폭발한 이대남들 “상식·공정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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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BTS 병역특례 추진에 2030남성 왜 분노하나

조선일보

일러스트=유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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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6인조, 2026년엔 3인조, 완전체는 2030년?’

최근 가수 방탄소년단(BTS) 팬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이른바 ‘BTS 군 입대 시나리오’다. 내년에 30세가 되는 진(본명 김석진·92년 12월생)을 시작으로 2024년엔 슈가(민윤기·93년생), 2025년엔 94년생 RM(김남준)과 제이홉(정호석)이 차례대로 군에 입대하면, 그 사이 BTS는 ‘6인조→5인조→4인조’로 줄어든다. 95년생 뷔(김태형)와 지민(박지민)이 입대하는 2026년에는 활동 가능 인원이 3명. 막내 정국(전정국·97년생)이 군 복무를 마치는 2030년에야 모든 멤버가 다시 한 무대에 설 수 있다. 이 때문에 BTS가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세계적 스타로 성장한 이후부터 이들의 군 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형평성을 우려한 여론에 밀려 성사되지 못했다.

지지부진하던 BTS 군 면제 논의는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가 이달 안에 BTS를 비롯한 대중문화 예술인을 병역 특례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을 두고 최근 여야 간 합의가 도출되면서 급물살을 탄 것이다.

문제는 ‘이대남(20대남성)’이다. 법 개정 추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 대중문화계와 팬들은 ‘BTS를 계속 볼 수 있는 것이냐’며 기대에 부푼 반면, 2030 남성들 사이에선 “공정성을 저버렸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2030 남성 “BTS 법 아니냐”

현재 정부는 예체능 분야에서 스포츠 선수와 국악·무용·클래식 등 순수 예술인들에 한해 병역 특례 자격을 주고 있다. 올림픽·콩쿠르 등 국제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둬 국위 선양에 기여할 경우, 예술·체육요원으로 선발해 군 복무를 대체하도록 한다. 34개월 동안 해당 전공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544시간 봉사를 하면 군 복무를 인정받는 식이다.

그러나 영화·가요 등 대중문화 분야는 예술요원 선발 대상이 아니다. 과거 각종 비리 문제로 연예 병사 제도가 없어져 현재 연예인들은 일반인과 동일하게 군복무를 해야 한다. 다만, 이달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올 연말부터 연예인도 예술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다.

군대를 다녀왔거나 현재 군에 몸담고 있는 대한민국 남성들은 BTS 병역 특례 추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무튼, 주말>이 시민단체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함께 실시한 연예인 병역 특례 추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해·공군, 해병대 현역 병사와 전역자, 입대 예정자 등 2334명의 응답자 중 68.2%가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을 병역 특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까’라는 질문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면 지난 5~7일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같은 주제의 설문조사에선 59%가 ‘찬성’이라고 응답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BTS의 병역 특례에 대한 이대남의 분노가 컸던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현역 공군 상병 김모씨는 “지난 2020년 국회에서 문화훈포장 수훈자 중 문체부 장관 추천자에 대해선 만 30세까지 군 입대를 늦출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했는데 당시 문화훈장 수훈자 중 군미필 남성은 BTS밖에 없었다”며 “이번 병역 특례 개정안도 사실상 BTS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BTS 면제법’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해병대를 전역한 유모씨는 “BTS가 국위 선양한 점은 인정하지만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가수가 된 것도 아닌데 병역 의무를 없애주는 건 지나치다”며 “일반 병사들은 능력이 없어서 나라라도 지키라고 군대에 가는 건 아니다”고 했다.

‘현 병역 특례 제도를 유지해야 할까’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0.6%가 ‘병역 특례 규모를 줄여야 한다’, 26.7%는 ‘병역 특례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육군 만기 전역한 박모씨는 “가수든 스포츠 선수든 개인적 영달을 위해 열심히 하다보니 국제 무대에서 상을 받은 건데 나라가 군대까지 빼주는 특례 제도는 더 이상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 “정권 출범 전부터 이대남 배반?”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병역 특례법 개정 추진이 6월 지방선거에서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거센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한 ‘이대남’ 사이에선 국민의힘이 주도해서 BTS 병역 특례를 추진하자 “정권 출범 전부터 지지층을 배반한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최근 BTS 소속사 하이브를 방문해 방시혁 의장과 회동한 것도 이런 기류에 기름을 부었다. 육군 복무 중인 장교 석모씨는 “재작년까지 이공계 전문연구요원들을 적폐로 몰고 가며 정원을 크게 줄이는 바람에 우수한 성과를 올린 서울대, 카이스트 학생들도 현역으로 입대하고 있는데 문화계만 혜택을 늘리는 건 공정 가치 면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해군 출신 20대 직장인 신모씨는 “공정성을 깔아뭉갠 현 여당이 싫어 대선에서 공정을 내세운 국민의힘과 윤석열에 표를 던졌는데 이 가치마저 흔들리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국방 의무를 남자만 이행하는 문제가 최근 젠더 갈등의 핵심 뇌관인데 정치권이 이 부분을 건드린 셈”이라고 말했다.

정작 병역 특례 추진으로 가장 당혹스러운 건 BTS 멤버들이다. BTS는 평소 “부름이 있으면 병역에 모두 응할 것”이라며 현역 입대 의사를 밝혀왔다. 슈가는 자신의 곡에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라는 가사를 넣기도 했다. 한 연예기획사의 고위 관계자는 “BTS 멤버들은 ‘연예인 특례 1호’가 된다는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현역 입대를 강하게 원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속사 하이브의 태도가 군 입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총괄(CCO)은 최근 취재진에 “사회와 아티스트에게 모두 유익한 방향으로 (국회에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평론가는 “(현역 입대를 원하는) 멤버들 입장을 알면서도 병역 특례를 둘러싼 논란을 정치권에 떠넘기는 식의 발언”이라며 “오히려 적지 않은 팬들은 BTS 이미지를 고려해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발 기준, 복무 방식 논란 우려

대중문화계에선 K팝 등 한류 문화의 기여도를 내세워 병역 특례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BTS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4조1400억원으로 중견기업 평균 매출의 26배 수준에 이른다. 아이돌 그룹 하나가 대중문화업계를 넘어 한국 산업계를 먹여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혁건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이사장은 “과거 유승준·MC몽 등 군 복무 문제로 논란이 된 경우가 있어 연예인의 병역 특례 문제는 논의조차 어려웠다”며 “하지만 런던올림픽 4분 뛰고도 면제 받은 축구 선수도 있는데, BTS의 국위 선양 기여도가 이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BTS 병역 특례 법안이 통과될지는 아직 미지수. 하지만 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관련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어떤 연예인을 예술요원으로 선정할지에 대한 기준이나 대체 복무 방식에 대한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병역 특례 대상인 예술대회가 42개인데 미국 그래미, 빌보드 뮤직어워즈 등 대중문화 시상식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국가대항전인 올림픽·아시안게임과 달리 그래미와 같은 특정국의 상업 행사를 기준으로 예술요원을 선발할 경우 논란의 여지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병역의 의무 대신 무언가 다른 방향으로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예 40년 넘은 병역 특례 제도를 손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국장은 “병역 특례 등의 시스템은 과거 인구가 많고 가용 병력 자원이 많았을 때 ‘나라에 기여하는 사람에게는 면제해주자’는 분위기 속에서 생긴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인구가 줄어들고 사회 여러 분야가 크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병역 특례제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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