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세계 속 한류

BTS 병역특례 놓고 찬반 팽팽… “판소리만 국위선양?” vs “공정성 확보 못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을 병역 특례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을 비롯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찬성과 반대 측 모두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BTS 병역특례법’ 3개가 계류 중이다. 대중문화예술인이 한류 열풍을 이끄는 등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문화창달에 기여하는 공이 크기 때문에 보충역 범위에 대중문화예술인을 포함시키는 법이다.

조선비즈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 뮤직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TS 병역특례법을 찬성하는 이들은 현 병역 특례 기준의 불공정성을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공정한 기준 마련이 어려운 대중문화가 특례 대상이 될 경우 병역제도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일부 시민들은 병역 특례가 대중문화에만 유독 엄격하다며 ‘BTS 병역특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순수예술만 문화로 여기는 기준이 불공정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행 병역법이 문화를 대중문화와 순수예술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이며, 그에 따라 병역 특례 기회를 달리 부여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예술요원으로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경연대회 항목은 총 42가지다. 42개 대회 중 국악 대회 3개(온나라국악경연대회, 동아국악콩쿠르,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를 제외하곤 전부 클래식, 무용 관련 경연이다. 또한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는 총 11개다.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에 대한 해석이 현 시대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김현진(28)씨는 “한국 사회가 대중문화를 클래식 같은 고급문화에 비해 낮게 평가하는 구시대적 시각이 투영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의 힘이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수예술인에게만 병역 특례 기회를 주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란 것이다.

국악·한국무용 대회 등에서의 수상이 BTS보다 국위선양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국악·한국무용 대회 5개는 외국인 참여자들과 경쟁하는 여타 국제대회와 달리 국내에서 진행되는 ‘그들만의 리그’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 7월까지 해당 대회 수상자로 예술요원에 편입된 사람은 총 132명이다. 이는 동일기간 예술요원으로 편입된 전체 280명 중 47%에 해당하는 것으로, 예술요원의 절반 정도가 국위선양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2일 국내 개최 대회 중 하나인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언급하며 ‘BTS 병역특례법’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판소리, 민요, 농악 등 국악 분야의 경연 대회로 1위 수상자는 병역 특례를 받는다.

조선비즈

지난 11일 오후 서울 국방부.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대중문화가 특례 대상에 편입되면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특례 대상 대회 대부분은 국제적 위상을 국제기관이나 세계연맹 등에 인정받았다는 점과 참여자들이 한날한시에 같은 조건에서 공정하게 겨루는 경연이라는 점이 그 근거다.

특례 대상 42개 대회 중 국제대회 37개는 유네스코, 세계연맹 등 여러 나라가 모인 국제기구나 협회로부터 국제대회로서 인정 받은 대회다. 현재로선 대중문화의 경우 이런 대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BTS가 수상한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도 다른 나라 시상식일 뿐, 국제대회로 인정받은 적은 없다.

예술·체육요원 특례 대상 대회들은 참여자들이 한날한시에 같은 조건에서 치른 ‘공정한’ 경쟁이란 점도 대중문화 시상식과 다르다. 시상식은 1년 동안의 가수 혹은 앨범 실적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상을 수여한다.

또 시상식마다 평가 기준도 상이하다. 현재 특례 대상인 대회들에 비추어 보면, 시상식은 참여자들이 365일 동안 다른 조건에서 경쟁하고 그에 대해 제각각 기준을 설정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엄모(28)씨는 “BTS가 세계에 한국 알린 것은 맞지만, 대중문화인까지 특례를 받으면 공정성이 훼손될까 우려된다”며 “특례 기준이 특정 나라 차트나 대회가 아닌, 올림픽이나 다른 콩쿠르처럼 공정한 경쟁을 거치는 대회여야 불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TS 병역특례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이에 대해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데 힘쓰면 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BTS 소속사 하이브는 이에 대해 조속한 결론을 내줄 것을 지난 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치권에 요구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노수아 기자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