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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세계 속 한류

K팝 그룹·덕후가 영화 주인공…한류 올라탄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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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 무대에서 K팝 위상이 높아지면서 할리우드 영화에 K팝 음악·뮤지션이 등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상의 K팝 보이그룹을 내세운 글로벌 영화가 제작된다. 윤제균 감독과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가 손잡은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뜨거운 열기속에 열린 방탄소년단(BTS)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모습. [사진 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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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이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손잡고 만드는 대규모 K팝 영화 ‘케이팝: 로스트 인 아메리카’(가제)의 세부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해 8월 CJ ENM은 ‘국제시장’ ‘해운대’의 천만 감독 윤제균,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든 유명 제작자 린다 옵스트 등과 함께 K팝 소재 글로벌 영화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영화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인 이 영화의 주인공은 글로벌 진출을 앞둔 가상의 5인조 아이돌 그룹 ‘ALL4U’. 한국 내 인기에 힘입어 미국 뉴욕의 공연 성지 매디슨 스퀘어 가든 무대에 서게 된 이들은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가 그만 텍사스 시골 마을에 도착한다.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 무일푼에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청춘 음악 로드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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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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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뿐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와 미국 팝가수도 캐스팅할 예정이다. CJ ENM이 지난해 배포자료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전 세계적 화제작’임을 거듭 강조한 만큼 제작비도 역대 최고 규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CJ ENM이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기존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약 3876만 달러)다.

CJ ENM은 제작 배경으로 “K팝과 한류 콘텐트에 대한 전 세계의 높은 관심과 다문화주의 트렌드”를 꼽았다. K팝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등 글로벌 주류 음악에 편입된 데 따른 현상이다. 지난해 11월 쇼트 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 집계에 따르면 틱톡 내 K팝 영상 수는 지난해 1~9월 9787만건으로 3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92.8%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생성됐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도 K팝의 인기에 주목한다.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트 및 개발 총괄 제시카 캠-엔글은 지난달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에서 “K팝 스타가 프로그램·쇼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마케팅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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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옵스트


지난달 OTT 플랫폼 디즈니+에 공개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는 한국인 멤버 태영을 포함한 다국적 5인조 보이그룹 ‘4타운’이 주요 캐릭터로 나온다. 디즈니에 따르면 중국계 미국인인 도미 시 감독은 “학창 시절 내가 푹 빠졌던 2PM과 빅뱅 등 아이돌 그룹을 모델로 했다”고 K팝의 영향력을 직접 언급했다. 도미 시 감독은 샤이니의 ‘링딩동’ 커버 댄스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또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2019)에선 톰 홀랜드가 맡은 주인공이 한국 덕후로 나온다. 한류 드라마 장면과 트와이스의 ‘녹녹(KNOCK KNOCK)’ 등 K팝이 곳곳에 등장한다. 실제 K팝·영화 팬인 닉 브루노, 트로이 콴 감독 취향이 반영됐다.

드림웍스의 음악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2020)에는 걸그룹 ‘레드벨벳’이 아예 영화 속 K팝 트롤 역할을 맡아 노래와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지난해 개봉한 마블 첫 아시아계 히어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 앨범에는 자이언티, DPR LIVE, DPR IAN, 비비, 서리 등 아이돌이 아닌 한국 뮤지션이 대거 참여했다. 이런 현상은 ‘분노의 질주: 디 오리지널’(2009)에 동방신기 ‘Rising Sun’이 삽입되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르의 펭귄’(2013)에 원더걸스 ‘노바디’가 패러디되는 등 특정한 K팝이 할리우드 영화에 간헐적으로 나왔던 과거와 다르다.

글로벌 무대에서 K팝의 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문화계 전반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해외 음악 신(scene)에 새로운 흐름이 별로 없다. 사실상 정체 상태인데, 그들 입장에서 신선한 흐름이 필요한 때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우리에게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도 “미국 문화에서는 일정한 시기마다 아시아 한 국가가 아시아 전체의 대표성을 갖는 경우가 있다. 과거 중국·일본이 아시아적인 것, 특이한 것, 신비로운 것을 내세웠다면 K팝은 현대적이고 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 점을 노린 마케팅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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