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는 지금 BTS의 도시, 보랏빛으로 물들다

BTS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물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3대 분수쇼 중 하나인 벨라지오 분수쇼가 BTS 노래에 맞춰 공연 중인 모습. /인스타그램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BTS(방탄소년단)의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지난 7일(이하 현지 시각) 오후 8시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거리 곳곳의 건물 조명색이 일제히 BTS 팬클럽 아미(Army)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상징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는 이날 저녁 9시, 9시 15분, 30분 세 차례 황금 시간대 공연에 BTS의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에 맞춰 물줄기를 밤하늘로 쏘아 올렸다. BTS 마지막 공연 다음 날인 17일까지 라스베이거스의 보라색은 계속된다. 도시 전체가 BTS의 도시로 바뀐 것이다.

7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 인근 주요 관광 명소 전광판과 조명이 BTS 팬클럽 아미(Army) 상징색으로 뒤바뀐 모습.전광판에 '보라해가스'라는 글자가 나오고 있다./하이브 제공

◇BTS의 도시 ‘보라해가스’

이번 행사는 BTS 소속사 하이브와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텔 11개를 운영 중인 호텔 그룹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라스베이거스 시(市) 정부가 협업한 ‘더 시티 프로젝트’의 일환. 8~9일, 15~16일 나흘간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BTS 공연을 기념해 도시 전체를 ‘BTS 콘서트 놀이동산’으로 만든 것. 벨라지오, 뉴욕뉴욕 등 유명 호텔과 하이 롤러(대관람차), 룩소(이집트 테마 시설) 등 주요 관광명소가 보라색으로 꾸며졌고, 도시 곳곳 BTS를 테마로 한 사진 전시장, 팝업스토어, 굿즈숍, 음식점 등이 만들어졌다. 라스베이거스시는 행사 당일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명을 아예 ‘Borahaegas′(보라해+라스베이거스)로 변경했다. ‘보라해’는 ‘방탄 사랑해’라는 의미로 팬들이 쓰는 말이다. 스티브 시설랙 네바다 주지사는 개인 트위터 계정에 “얼리전트 스터디움을 방문할 BTS와 아미를 환영한다”며 직접 환영 인사를 적었다.

지난 3일 미국 3대 음악상 그래미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퍼포머로 참여한 BTS./로이터 연합뉴스

MGM은 이번 행사에서 자사 호텔에 BTS 포토카드 등을 비품으로 비치한 ‘BTS 테마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입장료 28달러, BTS 사진이 들어간 엽서 8장을 포함한 스페셜 입장료 38달러에 연 사진전은 공연 때마다 포토카드를 교환하는 팬들의 행사를 떠올리게 했다. 하이브는 이번 라스베이거스 공연 기간 자체 위버스 앱에서 팬들이 공연 스케줄을 확인하고 굿즈 구매를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굿즈를 사려고 10시간씩 줄 서던 팬들의 불편을 줄이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평소 BTS 공연장 일대 교통이 붐비던 것을 감안해 MGM 계열 호텔과 공연장, 팝업스토어를 오갈 때 공유 차량 서비스 리프트를 이용하면 할인 요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이브 측은 “팬들이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을 면밀히 관찰해 관련 기술을 접목했다”고 했다.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 굿즈 팝업스토어에 몰려든 팬들. /하이브

◇나흘 공연 관람객만 최소 26만명 집결

라스베이거스시와 현지 기업이 BTS 공연 유치와 홍보에 열을 올린 건 이들이 가져오는 지역 경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지역 신문 엘에이스트(LAis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LA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공연 관람과 관광으로 약 1억달러(약 1220억원)의 경제 효과가 난 것으로 추산됐다. 전 세계 78국에서 날아온 아미들 덕분이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공연도 만만치 않은 수익이 예상된다. 5만석의 엘리전트 스터디움 총 4회차 공연은 이미 전석 매진됐다. 공연장에 못 들어간 이들을 위한 중계공연 ‘라이브플레이’도 수용 인원 1만7000여 명의 MGM 그렌드 아레나에서 4회차로 진행될 예정. 최소 26만명 이상의 공연 관람객이 라스베이거스를 찾게 되는 것이다.

◇60달러짜리 떡볶이 코스도

이번 프로젝트에는 음식도 있다. BTS가 투어 때마다 즐겨 먹어 화제를 모았던 한국 음식을 만달레이 베이 호텔과 협업한 팝업 식당 ‘카페 인 더 시티’가 내놓는다. 코스 요리로 1인당 60달러(약 7만3680원)이고, 2인 이상 코스로 예약해야만 식사가 가능하다. 소갈비찜을 제외하곤 떡볶이, 김밥, 비빔국수, 라면 등 대부분 원가가 저렴한 메뉴들이어서 너무 비싸지 않으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이브 굿즈 사업을 전담하는 IPX 이승석 대표는 “코스 요리는 팬들이 오래 줄 서서 기다리는 걸 막으려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장을 열어주려는 것이 목적이지 팬들이 하는 모든 활동을 상업화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보라해가스(Borahaegas)

보라해(Borahae)와 라스베이거스(Las Vegas)를 합친 조어. ‘보라해’는 BTS 팬클럽 아미의 상징색인 보라색에서 따온 말로, 팬들이 ‘사랑해’ 대신 쓴다. 베이거스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명은 이 기간 Borahaegas로 변경된다.

[라스베이거스=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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