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오른쪽)와 조현수씨. /온라인 커뮤니티 |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명수배된 이은해(31)씨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8일 YTN ‘뉴스큐’에 출연해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뭐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며, 충동 억제도 되지 않는다”며 이씨가 이같은 인격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런 성향은 언론에 공개된 이씨의 남편 윤모(당시 39세)씨의 사망 당일 영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물을 무서워하던 윤씨가 계곡에서 튜브를 타고 있자, 이씨의 지인들이 그의 튜브를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이에 윤씨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도, 이씨는 “무거워서 못 뒤집네”라고 하더니 또 다른 공범의 이름을 부르며 “같이 가서 뒤집어”라고 말한다.
신 교수는 윤씨가 이씨로부터 ‘가스라이팅(심리 조작 지배)’을 당한 것으로 보았다. 대기업 연구원 출신의 윤씨가 이씨의 살해 의도를 의심했을 법한데도 자기방어를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전에도 복어 독 등으로 남편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정황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에 신 교수는 “피해자는 이씨와 결혼한 이후 상당히 괴롭힘을 당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피해자의 정신을) 조정하고 공격적으로 나오고, 무조건 죄책감 없이 뒤집어씌운다”며 “(피해를 당하다 보면) 너무 괴롭기 때문에 자기의 자유의지의 일부를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씨의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30)씨도 비슷한 성향을 가졌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신 교수는 “보통 사람이이라면 ‘얘가 전 남편을 죽이면 나도 (죽일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못한다는 것은 자기중심성이 강하고 병리가 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전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조선DB |
신 교수는 또 “이번 사건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고유정 사건’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는 “둘 다 여성이고 한때 굉장히 친밀했던 관계를 이용해 범죄까지 저지른 사건”이라며 “친밀한 사람을 공격하고 양심의 가책 없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편취한 게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씨와 조씨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언론 보도로 이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신교수는 “조금이라도 감성이 배어 나오고 불안해지면 실수를 통해 노출될 텐데 정말 감정 컨트롤을 잘하고 잘 피해 다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반사회적 인격 성향이 강하면 방어 기제도 강하고 계획적이다”며 “이 사건이 장기화 되면 어떡하나 걱정된다”고도 덧붙였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남편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3일 두 사람을 처음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음 날 2차 조사에 나오지 않고 잠적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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