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구조조정 중요성 더 커질듯…국채 최소화시 규모 축소 전망
윤석열 당선인, 새 정부 초대 총리에 한덕수 지명 |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일 '재정건전성'에 방점을 찍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최대 50조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가 추경에 대해 윤 당선인과 '온도 차'를 보였다는 시각도 있으나, 윤 당선인 측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4일 한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첫 출근길에 "대한민국의 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정책의 건전성에 대해 대내외적인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전날 후보자 지명 직후 소감 발표 때도 '재정건전성'을 '국익 외교와 국방 자강력', '국제수지 흑자 유지', '생산력 높은 국가 유지'와 함께 국가 중장기적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4대 과제로 거론했다.
경제 관료 출신인 한 후보자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국가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재정건전성이라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 후보자 발표 뒤 질문 답하는 윤 당선인 |
그러나 이는 윤 당선인의 대규모 2차 추경 추진 의지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50조원 규모 재정자금을 마련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인수위는 재원 마련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되 적자국채 발행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2차 추경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늘릴 경우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올해 국가채무는 1차 추경 기준 1천75조7천억원으로 치솟아 처음으로 1천조원 선을 넘어섰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재정건전성에 방점을 찍은 한 후보자로서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통한 2차 추경 편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후보자는 "코로나 때문에 세계적으로 전쟁을 하고 있다. 위기 대응을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이나 금융이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는 재정 지출을 무조건 막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건전성을 가져가야(지켜야) 하고, 단기적으로도 최대한 차입(적자국채 발행)이 아닌 지출 구조조정 등이 우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한 후보자의 이러한 기조가 윤 당선인의 '50조원 추경'과 엇갈리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례브리핑하는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
인수위 신용현 대변인은 "인수위는 코로나 손실보상은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충분한 손실보상이 돼야 하고 국가재정 상태를 고려해 국채 발행은 하더라도 최소화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었는데, 한 후보자 입장과 많이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다만 당선인은 국가재정 상태를 좋게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국가가 제한한 것이기에 코로나 손실보상은 국가의 책무라는 이야기를 했고, 이를 굉장히 우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가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확보를 강조하지만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재정 투입 필요성에도 공감을 보인 만큼, 인수위의 2차 추경 편성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에서는 지출 구조조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추경을 50조원 규모로 편성할 경우 최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결국 추경 규모를 30조원대나 그 이하로 줄이는 '현실론'이 더욱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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