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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9회 말 1사 만루에 등판한 허구연 총재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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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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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제24대 총재로 취임한 허구연씨.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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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씨가 29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취임했다. 그를 재담가라고 부르는 것은 쓸데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1982년부터 40년째 프로야구 해설을 해왔으니 골든마우스(Golden Mouth)로 손색없다.

실제 만나서 얘기해보면 청산유수다. 막힘이 없을 뿐 아니라 촌철살인의 예기를 품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처지를 “9회 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 등판한 투수”라고 표현했다.

허투루 한 말이 아니다. 지난 23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67%가 야구에 전혀 관심 없거나(44%) 별로 없다(23%)라고 응답했다. 무려 67%가 야구에 대해 부정적이다.

반면 관심 많다(15%) 약간 있다(16%) 등 긍정 답변은 31%에 불과하다. 8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야구에 대한 애정은 17%나 하락했다. 특히 20,30 세대의 관심도는 44%에서 18%로 뚝 떨어졌다.

그러니 1사 만루의 위기임에 틀림없다. 부연하자면 9회 말 1사 만루 3-3 동점에 상대 중심 타선을 맞은 원정팀의 처지다. 허 신임 총재는 ‘팬 퍼스트’의 낮은 자세로 난관 돌파 의지를 밝혔다.

대외 협력과 인프라 개선 방안도 소개했다. 대전 구장 신축에 반대하는 시장 예비 후배들에게 “한화 구단을 다른 도시로 옮길 수도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이목을 끌었다.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다.

무엇보다 고교·대학 야구를 살려야 한다. 한국 고교야구와 대학야구는 프로야구 출범이후 시나브로 고사되고 있다. 이제 곧 백약이 무효인 코마 상태로 접어들 것이다. 고교·대학 야구의 성쇠와 프로야구의 인과관계는 일본과 미국의 예를 보면 더욱 확연하다.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미식축구(NFL) 미 프로농구(NBA)에 밀린 지 오래다. NFL과 NBA는 대학 미식축구와 농구의 인기를 고스란히 흡수한다. NFL과 NBA에 입단하는 선수들은 이미 전 국민적 인지도를 높인 슈퍼스타들이다.

미국 국민들은 해마다 3월 몸살을 앓는다. 대학농구가 펼치는 이른바 ‘3월의 광란(MARCH OF MADNESS) 때문이다. 68강 토너먼트 TV 중계권료는 1년 11억 달러(약 1조 3400억 원)이다.

대학 미식축구는 더하다. 준결승 2경기와 결승전의 경기 당 중계료는 각각 1억 5600만 달러다. 단 3경기 중계료가 6000억 원 가량 된다. 반면 대학야구는 하는지, 마는지 그냥 지나간다.

지난 해 8월 넷째 주 일본의 TV 시청률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한 주간 스포츠 중계 1~5위까지 모두 고시엔대회가 차지했다. 요미우리 경기가 6.8%로 6위. 1위는 8.7%였다. 프라임타임 드라마 시청률 10위(9.2%)에 필적했다.

역대 최고 시청률은 1978년 8월 20일 PL학원과 코지상고의 결승전으로 무려 48%였다. 연장전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재경기까지 벌인 2006년 와세다실업고와 코마다이의 결승전 두 경기는 각각 33.7%와 29.3%였다.

프로야구를 살리려면 고교·대학 야구부터 숨 쉬게 해야 한다. 김도영(동성고-KIA), 김재현(서울고-삼성), 문동주(진흥고-한화) 조세진(서울고-롯데) 같은 유망주들이 스타 계급장을 달고 입단해야 프로야구가 후끈 달아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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