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20년전으로 회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지난해 9월 3일(현지 시각) 카불에서 탈레반에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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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EFE통신은 28일(현지 시각) “탈레반 권선징악부(Ministry of Vice and Virtue)가 남성 공무원들이 턱수염을 길러야 하는 의무를 지키는지 청사 입구에서 검사했다”며 “이슬람 율법을 어긴 공무원은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징계 대상에 올렸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아프간을 20년 만에 다시 장악한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여성 인권 보장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여성부를 폐지하고, 과거 여성 탄압 등으로 악명 높았던 권선징악부를 부활시켰다. 이슬람 율법을 강제하는 핵심 부서인 권선징악부는 탈레반의 1차 통치기(1996∼2001년) 당시 ‘도덕 경찰’로 활동하며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고, 음악과 TV 등 오락 활동을 금지하는 등 공포 통치에 앞장섰다.
재집권 초기 탈레반은 중·고교 여학생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등교 당일인 지난 23일 여학생의 학교 출입을 막았다. 24일에는 “여성은 아버지나 남편, 남자 형제 등 남성 보호자가 없으면 여객기를 탈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탈레반의 비윤리적 행태에 국제사회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8일 성명을 내고 “여학생의 등교를 즉각 허용하라”고 탈레반에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만나 경제 현안 등을 논의하려 했으나, 여학생 등교 금지 방침에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이슬람 질서 강화로 내부 단속에 들어간 탈레반은 저항군 진압에 실패해 아프간 완전 장악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과거 소련의 침공에 맞서 싸워 ‘아프간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1953~2001)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32)가 국민저항전선(NRF)을 이끌고 북동부 판지시르 지방을 거점으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 인도 매체 리퍼블릭월드는 지난 20일 “탈레반에 대한 NRF 공세가 강화된 가운데, 판지시르 계곡 인근에서 탈레반 7명이 전사했다”고 전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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