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끝판 대장' 오승환. /사진=뉴시스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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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8개, 슬라이더 포크볼 각 2개, 커브 1개. 지난 22일 마운드에 오른 투수의 볼 배합이었다, 누구일까. 8년 전 한국을 떠날 때만해도 볼 배합은 이렇지 않았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였다. 비율은 대략 7-3.
마지막 타자 키움 김수환을 상대로 딱 공 3개를 던졌다. 예술이었다. 초구는 커브. 이전 두 타자에겐 거푸 직구 두 개를 던졌다. 김수환은 직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헛스윙. 다음엔 직구 파울볼. 볼카운트 0-2에서 마지막 승부구는 스트라이크 직구였다.
오승환(40·삼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돌직구다. 그의 직구는 지난 해 위태로웠다. 빠른 공의 위력은 스피드만으로 가름되지 않는다. 홈플레이트를 차고 들어오는 힘이 곧 직구의 위력이다. 흔히 말하는 공의 회전수다.
나이 들어 악력이 떨어지면 스피드건 수치는 그대로라도 회전수는 저하된다. 그만큼 위력은 감소한다. 오승환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그 하락폭은 볼 배합과 수 싸움으로 만회할 수 있다.
22일 키움 3명의 타자를 상대로 오승환은 과거처럼 펀치력에 의존하지 않았다. 강, 연타를 섞어 던져 상대의 힘을 역이용했다. 마이크 타이슨이 현란한 기교파 복서로 변한 것 같았다.
오승환은 지난해까지 한미일 통산 461세이브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도 역대 4위다. 1위는 전설의 소방관 마리아노 리베라. 무려 652세이브를 남겼다.
2위는 601세이브의 트레버 호프만. 3위 리 스미스(478개)와는 불과 17개 차이다. 올 시즌 내 돌파가 가능하다. 일본 최고 기록은 이와세 히토키의 407세이브. 이미 오승환이 넘어선 지 오래다.
오승환은 2005년 입단 첫 해 16세이브를 올렸다. 시즌 도중 불펜에서 마무리로 보직 변경한 결과였다. 중간 투수로는 11홀드를 기록. 이후 오승환은 ‘끝판대장’으로 불리며 늘 9회에 등판했다. 8회 나온 적도 있지만 삼성의 경기 마무리는 항상 오승환이었다.
이듬해 프로야구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그 해 성적은 경이로웠다. 4승 3패 47세이브. 79⅓이닝을 던져 탈삼진 109개. 웬만한 아웃카운트는 야수의 도움 없이 스스로 처리했다. 평균자책점 1.59.
오승환은 입단 4년 내리 1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난공불락이었다. 2007년 9월 18일 역대 최소 경기 100세이브, 2011년 8월 12일 역대 최연소 200세이브. 던질 때마다 새로운 기록이 추가됐다.
오승환은 2014년 일본 프로야구로 건너갔다. 2년 동안 80세이브를 추가. 2016년엔 메이저리그로 진출 42세이브를 올린 후 2020년 귀국했다. 오승환은 지난해 4월 25일 국내 통산 300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꿈은 무얼까.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와 우승, 그리고 은퇴 투어일 것이다. ‘마무리의 신’ 마리아노 리베라는 은퇴 투어에서 LA 다저스로부터 낚싯대를 선물 받았다.
낚시나 하면서 여생을 즐기라는 의미다. 그는 파나마의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오승환에겐 어떤 선물이 적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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