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약탈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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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약탈박물관
댄 힉스 지음|정영은 옮김|책과함께|440쪽|2만5000원
당장 책의 원제부터 심상치 않다. ‘The Brutish Museums’.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서 야만성(brutal)을 강조하기 위해서 모음 하나를 의도적으로 바꿨다. ‘대약탈박물관’이라는 한국어판 제목 역시 그 의미를 잘 살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이자 피트 리버스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저자가 비판적 시각에서 자국의 문화 침탈을 성찰한 책이다. 영국이 1884~1914년의 30년간 아프리카에서 식민지적 폭력을 휘두르며 대량 학살과 문화적 침탈을 자행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두 차례 세계 대전 이전에도 침략과 살상이 계속됐다는 뜻에서 이 기간을 ‘0차 세계 대전’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1897년 나이지리아 남부 베닌시티에서 일어난 대량 학살과 문화 유적 약탈을 실례로 든다. 여기서 약탈한 문화재가 전 세계 미술관·박물관 150여 곳에 소장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박물관이 일종의 공모자로서 식민주의적·인종주의적 폭력에 협조했다”고 비판한다. 탈식민주의적 관점에 기반한 인류학이자 고고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논의가 반복적인 점은 아쉽지만, 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에 관심이 높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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