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해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제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이 오셔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뒤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고 수감생활을 해온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공식 석상에 선 것은 5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지병 치료를 받아온 박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아 12월 31일 석방됐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통원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건강 상태를 회복해 의료진으로부터 퇴원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 문을 나서면서는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많이 염려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며 의료진 등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정도의 짧은 인사말만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두 차례 메시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 데는 그와 윤 당선인의 '국정농단 수사 악연'과도 무관치 않다. 오는 5월 10일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할 윤 당선인은 지난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지검장에 전격 발탁돼 적폐 청산 수사를 지휘하며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2년에는 윤 당선인이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의혹 수사 당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사실상 좌천되는 일을 겪었고, 윤 당선인은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인 국민의힘 소속 후보로 출마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 측은 대선 기간 특별사면된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 대한 언급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워왔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대구·경북(TK) 지역을 비롯해 강경 보수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윤 당선인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퇴원과 관련해, "사저로 가셨다고 해도 건강이 어떠신지 살펴봐서, 괜찮으시다고 하면 찾아뵐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측과 사전 일정 조율을 거쳐 내달 중 대구 사저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직접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통해 앞으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예측하기는 불투명하다. 자연인으로서 여생을 보내는 삶을 택할 것인지, 사저를 방문하는 인사를 통해 대외메시지를 내놓는 등의 정치적 행보를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특별사면 당시 일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분출됐지만 정부는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 마음의 고향' 달성군 사저에서 국민통합의 행보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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