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송찬의. [사진 LG 트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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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라지만 웃어넘길 수준은 아니다. LG 트윈스 내야수 송찬의(23)가 메이저리그(MLB) 출신 투수들로부터 홈런 2개를 터트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송찬의는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6번·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2회 초 첫 타석에 선 송찬의는 볼카운트 2-2에서 선발 이반 노바의 빠른 공을 받아쳐 가장 먼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시범경기 네 번째 홈런.
노바는 2011년 뉴욕 양키스에서 16승을 거둔 적이 있는 전직 메이저리거다. 2019년에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11승을 거두는 등 2020년까지 11시즌 동안 90승을 거뒀다.
두 번째 타석에서 내야안타를 친 송찬의는 세 번째 타석에서 다시 거물급 투수를 만났다. 올 시즌 한국 무대에 복귀한 김광현. 이날 6회 시범경기 첫 등판에 나선 김광현은 6회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데 이어 7회에도 범타 두 개를 잡아냈다. 여섯 번째 상대가 송찬의.
둘의 승부는 공 하나로 끝났다. 김광현은 시속 147㎞의 빠른 공을 높은 쪽으로 던졌고, 송찬의는 망설임 없이 휘둘러 좌측 펜스 너머로 날려보냈다. 송찬의는 시범경기 홈런왕 후보 1순위로 뛰어올랐다. LG는 홈런 두 방을 터트린 송찬의의 활약을 앞세워 4-2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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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군에서 데뷔도 못한 선수지만 LG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LG에선 보기 힘들었던 우타 거포자원이기 때문이다. 안타 8개 중 홈런이 5개, 3루타가 1개다.
송찬의는 경기 뒤 "준비했던 것들이 경기에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노바는 공이 빠르고, 변화구도 좋아서 대기 타석부터 타이밍을 맞추는 데 신경썼다"고 했다. 김광현과 승부에 대해선 "워낙 공이 좋다보니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홈런을 친 뒤에는 팔 근육을 뽐내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송찬의는 "처음에는 한 팔로 했는데, (김)현수 형이 두 개 쳤으니까 양팔로 해보라고 했다"고 웃었다.
2018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한 송찬의는 고교통산 타율 0.252를 기록했다. 2학년 때까지는 3할 타율을 휘두르기도 했지만 야구계에서 흔히 '고3병'이라고 부르는 슬럼프에 갖혀 3학년 때는 2할1푼대에 머물렀다.
자연스럽게 지명순위도 하위 라운드로 내려갔다. 2차 7라운드 67순위. 계약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일부 팬은 송구홍 당시 LG 단장의 조카라서 뽑힌 게 아니냐는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프로에서도 기회가 많진 않았다.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2년간 29경기를 뛴 게 전부였다. 송찬의는 "많은 이야기를 뜰었다. 신경을 안 쓰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 눈치도 보고, 플레이도 소극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군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마친 송찬의는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육군 소총수로 복무한 군생활은 송찬의에게 새로운 계기가 됐다. 송찬의는 "군대에 가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핸드폰으로 경기를 볼 수 있으니까 야구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부대에서 배려해주셔서 방망이, 글러브를 들여와 연습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도규가 같은 부대라 함께 캐치볼을 했다"고 말했다.
LG 트윈스 송찬의. [사진 LG 트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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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의는 지난해 2군에서 타율 0.301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11월 마무리 훈련을 마친 뒤엔 류지현 LG 감독이 "좋은 스윙궤적을 가졌다"며 칭찬했다. LG에 새로 부임한 이호준 코치도 "대성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시범경기에서 송찬의는 두 지도자의 예언을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
LG에서 송찬의는 확실하게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유격수 오지환이 굳건하고, 2루수엔 서건창과 정주현이 있다. 3루수는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다. 하지만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개막 엔트리에 들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앞으로 변화구로 공략해오는 투수들도 늘겠지만 송찬의는 "빠른 공에 자신있지만, 그것만 잘 치는 타자가 되진 않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LG는 젊은 야수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문보경, 이재원, 이영빈, 문성주 등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수진에 비해 타력이 아쉬웠던 LG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시범경기긴 하지만 5승1무1패로 성적도 좋다. 송찬의는 "지금으로선 신인왕 같은 타이틀 욕심은 없다. 팀의 목표가 우승이고 팀에 일조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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