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사교계를 뒤흔든 실제 사기 사건에 바탕을 둔 드라마 ‘애나 만들기’. 주인공 애나 델비는 배우 줄리아 가너가 연기했다. /넷플릭스 |
유럽 출신의 부유한 상속녀인 것처럼 행세해 뉴욕 사교계를 감쪽같이 속인 러시아계 독일인 안나 소로킨(31)이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소로킨은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의 실제 모델로 유명하다.
1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와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소로킨은 전날 밤 뉴욕주의 한 교정시설에서 풀려나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항공기에 실제 탑승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인 매니 아로라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날 소로킨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그가 송환 절차에 들어갔다는 가정에 따라 일했던 것”이라고 했다.
소로킨은 전날 독일 송환을 피하기 위해 관련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아로라 변호사는 전했다. 소로킨은 앞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상대로 송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로킨은 교정시설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소로킨은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트럭 운전사의 딸로 태어났다. 15살 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했다. 이후 2014년 뉴욕으로 넘어온 소로킨은 6000만달러(약 747억원)의 재산을 가진 독일 상속녀 ‘아나 델비’를 사칭하며 뉴욕 상류층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맨해튼의 고급 호텔에 2016년 1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한 푼도 내지 않고 투숙했다. 무전취식도 있었다. 공짜로 개인 전용기에 탑승했고, 은행들에서 수만달러를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소로킨은 맨해튼에 프라이빗 멤버 전용 클럽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위조 서류를 제출해 2200만달러(약 274억원)의 은행 대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2017년 호텔 밥값을 내지 않은 혐의 등으로 2017년 말 체포됐다. 뉴욕 검찰은 소로킨의 사기 범죄 피해액이 27만5000달러(약 3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소로킨은 모범수로 인정받아 4년간 복역하고 지난해 2월 출소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비자 체류기간 초과로 ICE에 붙잡혀 1년간 구금 중이었다.
소로킨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애나 만들기’를 제작한 넷플릭스로부터 32만달러(약 4억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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