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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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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서 '옷피셜' 찍은 구자철...'찐팬' 신예은 향해 "나도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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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구자철이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 배경으로 '옷피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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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초창기에 한라산을 50번 넘게 탔는데, 백록담에 오른 건 (휴가 때 이후) 5년 만이에요. 성판악에서 아침 7시 반에 출발했어요. 등산로에 눈이 쌓여있고, 구단 촬영팀 4명과 같이 가서 천천히 올랐죠. 중간에 내려오고 싶었지만, 앞으로 힘들어도 한 발 한 발 나아야 겠다고 다짐했어요. 3시간 반 정도 걸렸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4시더라고요. 친구들이 사진을 보고 많이 늙었다고 하던데요. 하하.”

11년 만에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로 돌아온 미드필더 구자철(33)이 웃으며 말했다. 제주는 지역 명소에서 입단 사진을 찍는 ‘옷피셜(옷+오피셜)’을 K리그에 유행 시킨 구단이다. ‘레전드’ 구자철을 위해 한라산 배경을 아껴뒀다. 2011년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떠났던 구자철이 “K리그로 돌아오면 제주에서 뛰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지난 5일 귤색 홈 유니폼을 입고 눈 덮인 백록담을 배경으로 ‘백록담피셜’을 찍었다. 팬들은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백록담 등반한 거 실화냐”, “구글거림(구자철+오글거림) 포즈는 여전하다”며 반가워했다.

구자철은 “구단 아이디어를 듣고 흔쾌히 수락했고, 남기일 감독님도 ‘오케이’했다. 백록담은 제게 의미 있는 장소다. 제주 유니폼을 다시 입고 사진을 찍어 자랑스러웠다. 축구 산업으로도 선수가 홍보와 마케팅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구 외적으로도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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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구자철이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 배경으로 '옷피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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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등에서 9시즌간 분데스리가 20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2019년부터 카타르 알 가라파, 알 코르에서 뛰었다. 피부가 까맣게 그을린 구자철은 “중동에서 오래 뛰어서 그렇다”며 웃었다.

구자철은 “지난 1월 알 코르와 계약 해지 후 알 아라비(카타르)와 사인한 뒤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받았고 오피셜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외국인 쿼터 등 문제로) 기다림이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팀과 알 자지라(UAE)에서 오퍼가 왔었는데, 지난달 남기일 제주 감독님이 ‘들어오라’고 연락이 와서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왔는데, 커리어 마지막 종착지에 왔다. 제주는 내게 심장과도 같은 곳으로,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처가도 제주에 있다”며 웃었다. 제주 전성기 시절 등번호 ‘7번’이 아닌 신인 시절 ‘42번’을 다는 구자철은 “7번은 (조)성준이가 달고 있어 생각을 아예 안 했다. 42번이 비어있기도 했고 신인 때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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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 일본과 동메달결정전에서 쐐기골을 터트린 구자철(왼쪽)이 기성용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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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뛰던 절친 기성용(32·FC서울)과 이청용(33·울산 현대)는 2년 전에 K리그로 돌아왔다. 구자철은 “셋 중에 제가 제일 빨리 복귀할 줄 알았다. 먼저 두 친구가 뛰는 모습을 보고 부럽기도 했다. K리그로 돌아오는 건 제 마지막 꿈이었다”며 “단톡방이 있는데 셋이 한 리그에서 뛴다는 걸 기뻐하고 있다. 성용, 청용이와 대결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오는 19일 제주와 기성용 소속팀 서울의 경기가 있다. 구자철은 “마지막 실전 경기가 작년 12월 컵대회다. 몸 상태와 복귀 시점을 저도 아직 모른다.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는 자체가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이어 “(7월에) 제주에서 서울전이 있다. 성용아. 꼭 제주 잔디 상태를 좋게 만들어 놓고 기다릴게”라고 했다. 기성용이 최근 인천 홈구장 ‘논두렁 잔디’를 비판한 걸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뤄낸 울산의 홍명보 감독, 박주영도 복귀를 반겼다. 구자철은 “런던 세대들과 또 다른 스토리를 보여 드릴 수 있어 기쁘다. 그 시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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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제주 유나이티드 입단식을 가진 구자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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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마지막 우승은 1989년 전신 유공 시절로 33년이나 됐다. 제주가 K리그 정상에 가장 가까웠던 순간은 2010년이다. 당시 도움왕(11어시스트) 구자철을 앞세워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서울에 우승을 내줬다.

구자철은 “제주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다. 한 차례 강등의 아픔이 있었지만 재투자하며 1년 만에 승격했다. 야망이 있는 팀이다. 물론 오랜 시간 투자한 전북과 울산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과 포메이션은 달라졌지만 상대를 압박하고 볼을 소유하면서 기회를 노려 결정짓는 제주 만의 스타일은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했다.

제주는 최영준, 이창민, 윤빛가람에 구자철까지 가세해 K리그 최고 수준의 중원을 구축하게 됐다. 구자철은 “윤빛가람과 최영준이 오면서 미드필더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이 있다는 것도 제주 복귀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2선과 3선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구자철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포지션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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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의 생일축하 메시지에 기뻐하는 DJ 신예은. [사진 볼륨을 높여요 인스타그램]



구자철의 열정과 진지함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특히 배우 신예은(24)이 ‘구자철 찐팬’으로 유명하다. 라디오 ‘볼륨을 높여요’ DJ 신예은은 지난 1월18일 생일날 ‘구자철의 음성 축하 메시지’에 감격해 오열했다. 당시 라디오 측에서 신예은 생일을 맞아 서프라이즈로 구자철에게 메시지를 부탁했다. 신예은은 “2011년 아빠가 아시안컵을 보길래 따라 봤는데 득점왕이었던 구자철 선수가 너무 좋더라”, “선수님 덕분에 목표와 희망이 생겼고 멋진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예은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한 3명 중 한 명이 구자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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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팬인 배우 신예은.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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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은 “진심으로 생일 축하를 하고 싶어 음성 메시지를 보낸 거다. 신예은 배우님의 엄청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좋다. 너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힘을 받고 나 역시 팬이다. 제주 홈경기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예은은 6일 제주-수원FC전이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신예은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시축을 약속했다고 한다. 2013년부터 난치병 환아을 돕고 있는 구자철은 “몇 년 전에 ‘내가 언젠가 K리그에 복귀했을 때 휠체어에서 벗어나 공을 찰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약속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도 경기장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출생: 1989년생(33세)

프로팀: 제주(2007~2010, 2022~), 독일 볼프스부르크,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2010~2019) 카타르 알 가라파, 알 코르(2019~2021)

주요 경력: 2010년 K리그 준우승, 분데스리가 200경기 이상 출전, 2012년 런던올림픽 및 2014년 브라질월드컵 주장

A매치: 76경기 19골(2008~2019)

서귀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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