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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ISSUE] 폭삭 늙은 구자철?...'백록담 오피셜' 유출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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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역대급으로 준비한 구자철의 백록담 오피셜은 유출본으로 인해 다른 쪽에 관심이 쏠려버리고 말았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4일 구자철의 영입 확정 소식을 발표했다. 구자철은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역대급 오피셜 사진을 남기면서 11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에 올라 레전드의 복귀를 알리는 상징적인 오피셜이 나왔는데도 제주 관계자는 "정말 아쉽네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피셜 직전에 터진 해프닝으로 인해 '백록담 오피셜' 그 자체보다 다른 주제에 팬들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이번 오피셜은 제주 모든 관계자의 노력이 담긴 작품이었다. 제주 관계자들은 구자철과 최종 협상에 돌입했을 때부터 복귀 오피셜을 어떻게 찍을지를 두고 굉장히 고심했다. 평범하게 제주월드컵경기장이나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오피셜을 찍을 수도 있지만 '오피셜 맛집'으로 알려진 제주의 특색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했다.

목표는 구자철을 백록담에 데리고 올라가 오피셜 사진을 남기는 것. 이 아이디어를 기획한 제주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주를 거친 수많은 감독님들과 선수들이 있지만 그래도 구자철이 가지는 상징성은 크다. 2019년 오피셜 사진을 색다르게 시작했을 때부터 막연하게 구자철이 복귀하면 백록담에서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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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꿈꾸던 하나의 목표가 현실이 되자 어려움에 봉착했다. 구자철을 해발 1947M인 백록담에 데리고 올라갈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제주는 구자철의 입단 기자회견을 3일 혹은 4일로 계획하고 있었다. 구자철의 자가격리가 3일에 끝나는 상황이라 입단 기자회견 전에 한라산을 등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부 회의를 거쳐 입단 기자회견을 6일에 있을 수원FC와의 홈경기 직전에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막상 백록담을 올라가자니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이제 봄이 인사를 건네는 3월이지만 백록담 근처는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오피셜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라산 정상 부근은 설산이나 다름없다. 눈도 녹지 않은 산을 등반하다가 선수가 다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했다.

계속된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는 선수와 감독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기로 결론이 났다. 협상이 끝난 후에는 구단 소속 선수이기에 남기일 감독의 의사도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선수의 의사였다. 그런데 남기일 감독과 구자철 모두 흔쾌히 '백록담 오피셜'에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백록담 오피셜로 결정된 후 제주 직원 1명, 사진작가 그리고 PD까지 구자철의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같이 한라산을 등반했다. 사진을 찍은 4일 당일 백록담의 체감온도는 영하 10도였지만 구자철은 유니폼을 직접 입고 찍겠다면서 패딩도 벗고 오피셜 촬영을 진행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역대급 오피셜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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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영화'에 나오는 비밀 계획처럼 진행된 작전이었지만 발표 몇 시간을 앞두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구자철이 백록담에서 오피셜을 찍고 있는 모습이 SNS를 통해서 유출됐기 때문이다.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았던 백록담 오피셜이 유출된 것도 문제였지만 유출본 속 구자철의 모습이 더 큰 문제였다.

백록담 앞에 서있는 구자철의 모습이 폭삭 늙은 사람처럼 보였다. 단순히 사진만 본다면 백록담에 오르기 싫어했던 선수를 억지로 끌고 올라가 오피셜 사진을 찍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 누가봐도 오해할 수밖에 없는 유출본으로 인해 '레전드' 구자철이 제주의 상징 백록담에서 오피셜을 찍었다는 사실이 아닌 구자철의 고생하고 있는 모습에 시선이 쏠리고 말았다.

그 사진 속 진실은 따로 있었다. 구자철이 백록담에 등장하자 같이 등반했던 팬들이 사진을 요청했고, 구자철은 팬들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대신 제주 직원은 팬들에게 같이 찍은 사진을 시간이 지난 뒤에 개인 SNS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백록담 오피셜이 미리 공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 팬이 곧바로 사진을 SNS에 올렸고, 유출된 사진이 각종 축구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말았다. 유출본을 접한 제주 관계자는 "조금 속상하다"며 아쉬움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유출본이 찍히고 있던 상황은 구자철이 팬들에게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던 중이었다. 현장에서 팬들에게 사진을 나중에 올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는데 먼저 공개가 되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 속 구자철의 모습처럼 선수가 힘들어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구자철이 등산하면서 농담 삼아 '힘들다', '내려가고 싶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지만 구자철은 프로 중에 프로다. 구단의 의지를 잘 살펴줬고, 흔쾌히 산에 올라줬다. 오피셜을 찍는 와중에도 팬서비스를 잊지 않았는데, 순간적으로 찍은 사진이 다소 엽기적인 사진처럼 나왔을 뿐이다"며 해명 아닌 해명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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