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난항에 11년 만에 최고
미국 원유 재고 감소도 ‘불안’
대러 ‘에너지 제재’ 실효 의문
국제유가가 또 급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수급 차질 우려에도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량을 크게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유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러시아를 겨냥한 ‘에너지 제재’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오는 4월에도 하루 40만배럴의 원유를 증산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OP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이지만 원유 생산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입장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OPEC+는 하루 40만배럴 증산에 합의했지만 실제 생산량은 전월 대비 13만배럴 늘어나는 데 그쳐 추가 생산능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당초 전문가들은 OPEC가 증산에 공조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OPEC, OPEC+가 증산 규모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7%(7.19달러) 급등한 110.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5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고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인 배럴당 112.93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원유 재고 감소도 시장에 불안감을 주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259만배럴 감소한 4억1342만배럴로 집계됐다. 20만배럴이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랐다.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하루 약 10만배럴의 원유를 들여왔지만 지난주에는 수입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미 석유업계에 증산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출 제재’ 카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러시아 정부의 수입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판매 비중은 약 40%에 달할 정도로 크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고물가를 우려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제재는 꺼리고 있다. 러시아도 OPEC+가 추가 증산에 나서 유가가 하락할 경우 미국이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추가 증산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출이 금지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느 것도 논의 테이블 밖에 있지 않다”며 제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재에 에너지가 포함되는 등 상황이 심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팀장은 “고유가 지속시 국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가격 상승압력이 커질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