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아제약 시상식 특별상을 수상한 류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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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 노사 협상이 결렬되면서 개막이 1주 연기됐다.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약 9억원의 연봉 손실을 보게 됐다.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2일(한국시간) "4월 1일 개막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팀당 162경기의 정규시즌을 '최대 156경기'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4월 1일부터 8일까지 잡혀 있던 두 차례 3연전(팀당 6경기)은 아예 열리지 않는다. 선수노조는 만장일치로 MLB 사무국의 최종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야구공 |
MLB와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2016년 12월 5년짜리 단체협약(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을 맺었다. 그러나 CBA 기한에 도달한 지난해 12월 개정에 실패해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FA 선수계약 등 구단과 선수 사이 업무가 모두 중단됐다. 이틀간 벌인 협상에서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개막 연기까지 이어졌다. '노사 분규'로 정규시즌 개막을 미룬 건 1995년 이후 27년 만이다.
경기 축소에 따라 MLB 선수들도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AP통신은 "정규시즌이 축소되면 MLB 선수 연봉 총액은 하루에 2050만달러(약 247억원) 줄어든다. 구단들도 피해를 본다"고 전했다.
개막 연기를 발표하는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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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삭감폭은 취소되는 경기 비율을 따라갈 듯하다. 구단들은 코로나19로 정규시즌이 60경기로 줄어든 2020시즌에 일정에 비례해 연봉 총액 63%를 삭감했다. 다만 당시엔 저연봉 선수들을 배려해 고연봉 선수들의 삭감폭을 크게 잡았다. 연봉 2000만달러(241억원)였던 류현진은 4분의 1 정도인 515만달러(62억원) 밖에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향후 노사 협상 타결이 된다는 가정하에 취소된 6경기 만큼의 금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에서 훈련 중인 류현진은 총 9억원 정도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연봉 320만달러(39억원)인 최지만도 1억4000만원 정도를 받지 못할 듯하다. MLB 최고 연봉자인 맥스 슈어저(38·뉴욕메츠)는 17억원을 손해본다.
대립 포인트는 결국 '돈'이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 도입과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추첨제 등 돈과 상관없는 부분들은 사실상 합의를 내렸다. 하지만 연봉 관련 문제는 거의 타결되지 않았다.
MLB는 올해 폭스스포츠와 월드시리즈 및 올스타전 중계권을 새로 맺었다. 계약 기간은 7년, 중계권료는 51억 달러(6조원)이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2022년 수익 규모는 18억4000만 달러(2조 2100억원)로 추산된다. 미국 내 야구 인기는 줄고 있지만 구단과 MLB 사무국의 수입은 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연봉은 감소세다. 2015년 165만 달러였던 평균 연봉은 2020년 115만 달러로 감소했다. 자유계약선수(FA) 선수들의 몸값은 계속 올랐지만, 최저연봉은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MLB 선수 중 40%가 최저연봉을 받고 있다.
노사협정 미타결로 스프링캠프도 열리지 않고 있다. 문이 닫힌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양키스 캠프.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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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MLB에 머무는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를 제외한 구단들은 효율을 위해 선수활용기간을 줄이고 있다. 연봉조정 자격을 얻거나 FA(자유계약선수)가 되기 전에 트레이드시키고, 마이너리그에서 젊은 선수들을 올리는 식이다. 마이너리그 구단도 이미 40팀을 없앴고, 점점 줄여가는 추세라 일자리도 줄고 있다.
2~3년 정도는 투자를 줄이고, 하위권에 머물며 드래프트 지명권을 노리는 '탱킹'도 일상화됐다. 탱킹하는 팀이 많아지면 전력 차가 커지고, 리그 전체의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선수노조가 강조하는 부분도 최저연봉 인상 및 저연차 선수들 권익 보호다. 현규정에선 빅리그에서 3시즌을 뛰어야 연봉조정 자격을 얻는다. 그 전까지는 최저연봉을 받는다. 선수노조는 1년 단축을 원한다. FA 취득 기한 역시 기존 6년에서 5년으로 줄일 것을 원한다.
하지만 사측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연봉 조정신청 자격을 얻지 못한 선수들에게 주는 '보너스 풀'을 8500만 달러로 제시했으나 사무국은 3000만 달러를 내놓았다. 최저 연봉도 선수측은 올해 72만5000달러, 2023년 74만5000달러, 2014년 76만5000달러를 요구했으나, 사무국은 올해 70만 달러로 시작해 1만달러씩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치세 한도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사치세 한도를 넘긴 구단은 일정금액을 벌금처럼 내고, 이를 다른 구단들이 나눠 받는다. 전력 불균형을 막기 위한 제도지만, 샐러리캡(연봉 합산 제한)처럼 작용해 선수들의 몸값을 낮추고 있다. 노조는 2026년까지 2억6300만 달러로 올리자고 했으나 MLB는 2억3000만달러를 내놓았다.
'부자 노조 VS 부자 구단'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 현지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우호적인 편이다. 야구 커뮤니티에선 선수노조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구단주들이 수익을 선수들과 좀 더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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