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행복하지 못한 GDP..."새로운 지표 필요"

경향신문
원문보기

행복하지 못한 GDP..."새로운 지표 필요"

속보
백악관 "한국, 관세 인하에도 무역합의 이행 진전 없어"
[경향신문]

경향 DB

경향 DB


정부가 경제 성장 측정 지표로 삼아온 GDP(국내총생산)을 대체할 새로운 발전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과 삶의 질, 디지털 가치를 담은 새 지표로 정부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간 GDP가 이끌어온 양적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다. ‘소득’이 곧 ‘행복’이라는 ‘GDP형’ 성장 전략은 일정 경제 수준에 이른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독립연구소 LAB2050은 국민총행복전환포럼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공동으로 16일 국회에서 ‘GDP는 낡았다: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참성장·행복 지표 도입 방안’ 토론회를 열고 GDP 활용의 문제점과 새로운 성장지표 도입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GDP는 한 나라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을 측정하는 지표다. 1년간 한 나라가 생산 혹은 소비한 총량이라고 보면 된다. 1930년대 경제대공황 시기에 ‘효용(행복)은 경제성장(소득증가)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국가의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로 쓰였다. 민간·정부의 경제적 사고를 GDP가 지배하면서 GDP 중심의 양적 성장 모델은 유일한 사회발전 전략으로 통용됐다. 정부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됐고 ‘GDP가 얼마나 올랐나’는 ‘얼마나 발전했나’ ‘얼마나 더 행복해졌나’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최바울 통계개발원 경제사회통계연구실 실장은 “행복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물질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GDP가 행복의 대리지표로 활용돼 왔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GDP를 기반으로한 사회발전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GDP 기반 성장이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GDP는 경제학적으로 ‘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의 합으로 구한다. 문제는 GDP는 사회적 거래가 이뤄져야 반영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식당에서 돈을 주고 산 음식은 GDP에 포함되지만 집에서 직접 요리한 음식은 GDP를 증가시키지 않는다. 깨끗한 환경으로 인해 느끼는 쾌적함은 GDP에 포함되지 않지만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기 위해 쓴 비용은 GDP에 포함된다. 즉 개인이 느끼는 행복, 평화, 안전 등의 가치가 GDP계산에서 배제되면서 GDP수치와 사람들이 실제 느끼는 효용(행복)간에 간격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도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소득이 늘었지만 자살률은 되레 더 높아졌다.

이처럼 소득이 늘어도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행복 지표’로서 GDP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의 발전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현실을 개선해 더 풍요로운 현재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최근 발전 개념은 당장 경제적 관점에서 이득을 극대화하지 못하더라도 먼 미래에는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1997년~ 2020년 참성장지표 측정 결과.  LAB2050 제공

1997년~ 2020년 참성장지표 측정 결과. LAB2050 제공


이날 토론회에서는 GDP의 대안으로 쓸 새로운 한국형 성장지표가 제시됐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참성장지표’를 소개했다. 참성장지표는 경제뿐만 아니라 환경, 공동체, 인적 자본, 디지털 서비스의 가치를 화폐화해 반영한 지표다. 시장 재화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구성된 GDP와 달리 삶의 질에 영향을 주지만 시장에서는 거래되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GDP 대안으로 거론되는 GPI(Genuine Progress Indicator)에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환경 변화를 반영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참성장지표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의 발전 수준은 GDP 성장률을 뛰어 넘는다. 참성장지표 측정결과 한국은 1997년 501조에서 2020년 1455조원으로 약 2.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는 783조에서 1831조로 2.3배 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 참성장지표 기준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11~2020년 GDP는 연평균 2.53% 성장하는데 그친 반면 참성장지표는 연평균 3.65% 증가했다. 공공서비스 확충과 기초연금 도입, 최저임금 향상, 노동 정책 발전으로 인한 불평등 감소 등이 반영된 결과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가 성숙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사회환경적 가치를 반영한 참성장지표가 필요하다”며 “먼저 광역시도 차원에서 참성장 지표 구축 시범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새로운 지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참성장지표에서 부문 간 가중치 등은 지속적으로 개선해가야 한다”면서도 “참성장지표와 같은 GDP의 보완지표를 바탕으로 정책성과 평가와 예산 수립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정책 전문가·연구자·활동가·기업인 622명은 16일 ‘GDP를 넘어서는 새로운 발전지표 요청’ 청원서를 통계청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GDP 중심의 양적 성장 모델은 이제 한계”라며 “국가 전체의 성과를 살펴보는 데에도 환경과 사회 등 가치를 포함하는 잣대가 필요하다”고 새로룬 지표 도입을 촉구했다. 통계법에 따라 정부는 30일 이내에 해당 청원에 대한 답변을 해야한다. 이 전 경제부총리는 “GDP만으로는 환경이나 공동체의식 등 새롭게 떠오르는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미래 가치를 담은 새로운 발전지표를 만들어 경제 구조를 전환하는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