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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품지 말아야할 것을 품으려 하는가.
분명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그림이다. ‘세계적인 피겨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도핑 위반에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에 출전한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사실을 알고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후 항소를 받아들여 철회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이 나서서 CAS에 제소했지만 기각됐다.
가장 중요한 ‘공정성’이 무너지고 있다. 도핑은 죄악이다. 이에 굴복했던 수많은 선수들이 씁쓸한 결말을 맞았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선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적발되는 순간 출전 정지 처분을 받는 것은 물론 이미 받은 메달까지도 박탈된다. 발리예바는 베이징올림픽 피겨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러시아의 금메달 획득을 이끈 후 도핑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채취한 샘플에서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효과를 내는 약물이다.
예외로 볼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CAS는 판결 사유로 ▲발리예바가 WADA 규정에따라 만 16세 미만의 보호대상자(Protected Person)라는 점 ▲양성 반응이 올림픽 기간 나타난 게 아니라는 점 ▲이번 출전을 불허할 경우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준다는 점 등을 들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이다. 마리화나 복용으로 2020 도쿄하계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던 ‘육상 신성’ 샤캐리 리처드슨(22·미국)은 분통을 터트렸다. “발리예바와 내가 처했던 상황이 뭐가 다른가. 유일한 차이점은 내가 젊은 흑인여성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스포츠계가 의문을 제기한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도핑을 위반한 운동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고 일갈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CAS의 끔찍한 결정이다. 규칙대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게 얼마나 모욕적인 일인가”라고 개탄했다. 영국 BBC는 “많은 이들이 이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한 분노, 실망,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든 탑이 무너진다. 발리예바는 역대 최고의 피겨 선수라는 찬사를 받아 왔다. 어린 나이에도 남자 선수들조차 어려워하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 세계무대를 휩쓸었다. 애석하게도 현재 남은 것은 물음표뿐이다. 걸어온 길 자체가 흐릿해지고 있다. 발리예바가 아무리 뛰어난 연기를 펼친다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메달을 따더라도 수여식조차 열리지 않는다. 발리예바는 자국 매체인 TV 채널1에서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출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최선을 다하겠다. 통과해야 하는 단계 중 하나”라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사진=뉴시스/ 발리예바가 베이징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앞두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베이징=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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