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여제 등극을 꿈꾸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연습링크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쇼트프로그램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도핑 위반 사실이 밝혀진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신기록 제조기’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극적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한국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공동으로 낸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이들 단체는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된 발리예바에게 징계를 줬다가 이를 철회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결정에 반발헤 제소했지만 CAS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CAS는 “스포츠에서 공정, 과잉조처 금지, 회복할 수 없는 피해,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인 균형 등을 고려했다”면서 “이번 올림픽 기간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에 진행한 도핑 검사 결과가 이달 8일에야 나온 것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며 이는 선수가 법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침해했다”며 “도핑 검사 결과가 늦게 통보된 것은 발리예바의 잘못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발리예바는 15일 시작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2006년 4월 26일 생으로 만 15세인 발리예바는 ‘역사상 최고의 여자 피겨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남자 선수들도 쉽게 못하는 쿼드러플(공중 4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여자 싱글의 기술 수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리예바는 만 13세에 출전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9~020 주니어그랑프리 데뷔 무대에서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성공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쿼드러플 토루프는 차준환(고려대)이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번째 점프로 시도하다 성공하지 못하고 넘어진 그 기술이다.
발리예바는 경쟁자 없이 독주를 이어갔다. 어린 피겨 선수들이 겪는 성장통이나 슬럼프도 발리예바에게 남 얘기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신기록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0월 시니어 데뷔 무대였던 ISU 챌린저시리즈 2021 CS 핀란디아 트로피에서 총점 249.24점으로 세계 기록을 세웠다. 불과 20일여일 만인 ISU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선 총점 265.08점을 받아 기록을 갈아치웠다. 심지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272.71점을 기록, 불과 몇 개월 만에 여자 싱글 합계 최고 신기록을 남자 정상급 선수의 점수대인 270점대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발리예바는 이미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만 쿼드러플 점프를 3차례나 구사한 끝에 여자 싱글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 덕분에 러시아는 사상 처음 피겨 팀 이벤트(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발리예바와 러시아 선수들은 아직 팀 이벤트 메달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발리예바에 대한 도핑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발리예바는 지난달 ISU 유럽선수권대회 앞두고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효과도 내는 금지 약물 트리메타지딘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위대한 피겨 선수라 추앙받았던 발리예바는 한 순간에 약물 오명을 써야 했다. 올림픽에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하지만 발리예바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도 불구, 정상적으로 공식 훈련에 참가했다. 훈련시간마다 과열된 취재열기로 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서도 발리예바는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발리예바는 15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전체 30명 출전 선수 가운데 26번째로 연기를 펼친다. 우리나라 유영 (18·수리고) 바로 앞에 출전한다.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개인전에 나서게 된 발리예바가 심리적 부담을 어떻게 이겨낼지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