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이 실생활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메타버스가 우리 사회·경제의 밀접한 영역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서비스를 주고받고, 거래도 한다. 실생활과 유사한 가상세계가 메타버스에서 구현된다. 디지털트윈이 한 걸음 더 다가온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메타버스 인재 양성은 당연한 얘기다. 메타버스에 적합한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만드는 인재를 길러 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메타버스 인재가 그동안 없던 전혀 다른 새로운 인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메타버스 응용기술과 서비스는 새로울 수 있다. 그러나 기반은 소프트웨어(SW)다. 인공지능(AI)도 그러하듯 메타버스도 결국 기반은 SW다. AI 기술인 딥러닝·머신러닝 등은 SW로 구현되고, 데이터가 필요하다. 메타버스도 SW로 구현되고, 데이터가 서비스 수준을 좌우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설계할 논리력, 사고력, 창의력이다. 다시 말해 '컴퓨터 싱킹(Computer Thinking)'이 필요하다. 초·중학생에게 SW 사고력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어느날 갑자기 기존 SW교육은 무시되고 메타버스 교육으로 대체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이러한 일은 발생했다. 2017~2019년 SW교육 열기는 뜨거웠다. 2018년 중학교, 2019년 초등학교에 SW교육이 도입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교육 당국은 SW교육으로 '한국판 빌 게이츠'를 양성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뛰웠다. 일부 지역에서는 SW 사교육 과열현상까지 빚어졌다.
열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20년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AI교육이 SW교육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SW교육이 수업시간 부족으로 교사·학부모·학생으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에서 2025년에는 초·중·고등학교에 AI를 정규교과로 도입한다. AI가 SW 일부분인 데도 AI교육이 SW교육 연장선이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교과 형태로 도입된다. SW교육도, AI교육도 자리 잡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메타버스 교육까지 등장했다. 메타버스 교육이 학교 공교육으로 도입되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겠지만 AI와 메타버스가 모두 SW의 한 부분인데도 현재 분위기로는 AI교육도 메타버스 교육에 서서히 밀려날 형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백년이라는 긴 기간을 내다보고 크게 계획을 수립해서 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멀리 내다보고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때 그때 변화하는 트렌드에 지나치게 따라다니듯이 교육 정책을 수립해서는 안 된다. 물론 급변하는 환경은 반영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큰 계획 아래 이뤄져야 한다.
메타버스 열기가 뜨겁다. 공공기관과 지방자체단체, 교육기관 등 곳곳에서 메타버스 인재 양성을 외친다. 학부모들도 메타버스 교육을 찾아 나선다. 메타버스 인재 양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메타버스 교육은 어떻한 내용으로 구성해야 할까. 해답에는 분명 논리력·사고력·창의력 교육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SW교육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메타버스 인재 양성 바람이 초·중·고등학생 대상 SW교육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SW교육이 적절하게 이뤄져 있다면 AI나 메타버스, 또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도 탄탄한 기반 위에서 변화되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실한 SW교육 바탕에 AI, 메타버스 교육을 하는 것은 어쩌면 '사상누각(砂上樓閣)'일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AI, 메타버스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SW교육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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